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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방화시설의 역사 Ⅰ
(소화기 및 소화약제)

‘소화기 1대가 소방차 1대의 위력과 맞먹는다’라는 말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불이 났을 때 초기소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그럼 사람들은 언제부터 물을 이용하여 불을 제어했을까? 또 언제부터 불을 끄려고 소화기를 사용했을까?
인류가 불을 처음 사용한 것은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던 142만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불의 발견은 인류에게 큰 혜택을 주었다. 화로를 통해 따뜻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음식을 익혀 먹을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불이 항상 순(順)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화재가 발생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최초에 불을 끄는 방법은 아마도 양동이와 같은 통에 물을 넣고, 집안에서 눈에 잘 보이는 장소에 놓았다가 불이 나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주거공간을 조금만 벗어나도 양동이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고, 불 가까이 다가가야하기에 뜨거움을 느꼈을 것이다.
최초로 불을 제어하는 소화기는 기원전 200년경 알렉산드리아의 발명가이자 수학자인 Ctesibius (BC 285년 ~ BC 222년)가 만든 Squirt라고 불리는 소화기이다. 그림[1]처럼 Squirt는 주사기의 형태와 비슷하고, 손잡이를 당기면 약 1리터 정도 물을 채울 수 있다. 작동원리는 노즐을 불꽃에 위치하고, 손잡이를 밀면 노즐압력에 의해 불을 끄게 된다. 압을 가해서 물을 어디까지 보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양동이보다 물의 이동이 편하고 양동이에 비해 불에서 멀리 떨어져서 제어가 가능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1666년 발생한 런던 대화재 당시 Squirt소화기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소화기의 발명(그림1)

최초의 소화약제를 충전한 소화기의 발명은 1715년 독일 아우그스부르크의 은세공인 Zacharias Greyl이다. 나무로 된 통 안에 20리터 정도의 물을 넣고, 0.9kg의 화약을 넣어 물통 상단의 심지와 연결한 기구다. 불이 나면 물통을 불속으로 굴리거나 또는 화염 속에서 심지에 불이 붙어서 폭발된 화약과 물을 이용해서 불을 끄는 방식다. 이후 1723년 독일에서 태어난 영국의 화학자인 Ambrose Godfrey에 의해 Zacharias Greyl이 만든 물통과 유사한 원리로 작동하는 소화기를 발명하게 된다. 물을 충전해서 고정해 사용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스프링클러와도 그 시스템이 유사하다. 백과사전에는 최초의 소화기, 소방공학서적에서는 스프링클러의 역사로 표기되기도 한다.

충전식 소화기의 발명(그림2)

18세기 이전까지는 소화기 안에 물을 넣고 불을 제어하였는데, 1813년 영국인 George William Manby에 의해 개발된 Extincteur라는 소화기는 소화약제로 물이 아닌 탄산칼륨을 사용하였다. Extincteur소화기는 14리터의 구리용기 안에 나무를 태운 재를 정제하여 추출한 탄산칼륨과 공기를 압축하고, 화재가 나면 마개를 열어 먼 곳까지 분사할 수 있는 소화기이다. Extincteur소화기의 특징은 휴대가 가능하고, 장기간 보관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압축공기로 약제를 분사할 수 있게 가압했다는 점과 물이 아닌 소화약제를 사용한 소화기라는 점에서 현대식 소화기라고 볼 수 있다. 18세기 중반 1760년부터 19세기 초반 약 1820년 사이에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으로 많은 공장이 생겨났고, 이에 따라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물 이외의 소화약제가 필요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1 소화기 및 자동소화장치 관련 법령

현행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는 건축물의 용도와 규모, 수용인원을 고려하여 소화기의 설치장소를 정하고 있으며, 설치기준은 소방청 고시인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NFSC101)에서 정하고 있다.

소화기란 소화약제를 압력에 따라 방사하는 기구를 말하며, 소화약제는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에 사용되는 소화성능을 가진 고체ㆍ액체 및 기체의 물질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소방청 고시인 소화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에서는 A급 일반화재, B급 유류화재, C급 전기화재, K급 주방화재에서 불을 끌 수 있는 능력단위와 소화약제의 형식을 규정하고 있다.

즉, 현재 건물에서 설치하고 있는 소화기 및 자동소화장치는 소방법령에 의해 일정형식을 득한 제품을 A급 일반화재, B급 유류화재, C급 전기화재, K급 주방화재의 적응성 있는 장소에 설치하고 있다. 소화기의 발전은 소화약제의 다양한 적응성을 보면 알 수 있다.

2 소화기 종류별 소화약제 적응성[표1]

소화기 종류별 소화약제 적응성[표1]

액체소화약제에 의한 냉각소화

물계통의 소화약제는 주된 소화효과가 냉각이며, A급에 적응성이 있다. 소화대상에 약제를 방사하면 물이 연소면의 열을 빼앗아 소화하는 원리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액체소화약제에 의한 소화기는 강화액 소화기가 있다. 강화액 소화기는 물소화약제의 동결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량의 알칼리 금속염류를 첨가하여, 0℃이하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며, 일반가연물에 사용이 가능하다. 축압식의 경우 가압원으로 압축공기 또는 질소가스를 사용한다.

가스소화약제의 질식 및 억제 소화

가스소화약제 중 이산화탄소의 주된 소화효과는 질식이며, BC급에 적응성을 가지고 있다. 소화대상에 약제를 방사하면 연소면의 산소 공급을 차단하고, 연소한계 농도 이하가 되어 소화하는 원리이다. 방출된 이산화탄소에 미세한 드라이아이스 입자가 존재하는 경우 보조적으로 냉각작용을 가지게 된다. 이산화탄소소화기는 상온에서 자체증기압이 높아 자체압력으로 약제의 방사가 가능하다.
할론소화약제의 주된 소화효과는 억제이며, 가연물 열분해 시 연쇄전달체인 ・H나 ・OH와 같은 활성라디칼을 포착하여 연쇄반응을 중단시켜 소화하는 원리이다. 할론1301소화기는 상온에서 증기압이 1.4MPa정도이며, BC급 화재에 적응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할론1211소화기는 상온에서 증기압이 낮아 액상으로 분사되며 ABC급 화재에 적응성을 가지고 있다.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 제4조(설치기준)제3항]
이산화탄소 또는 할로겐화합물을 방사하는 소화기는 지하층 무창층 또는 밀폐된 거실로서 바닥면적 20㎡ 사용제한

분말소화약제의 질식 및 억제소화

분말소화약제의 소화효과는 불연성 가스에 의한 질식과 열분해에 따른 냉각효과, 방사열 차단효과, 방진효과, 탈수탄화작용 등이 있다.
분말소화약제가 열분해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수증기에 의한 소화효과를 가진다. 중탄산염류(1종분말 NaHCO₃, 2종분말 KHCO₃)와 인산염류(3종분말 NH₄H₂PO₄)의 소화효과는 열분해 시 연쇄전달체인・OH와 같은 활성라디칼을 포착하여 연쇄반응을 중단시켜 소화하는 원리이다. 중탄산염류는 BC급에 적응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산염류는 ABC급에 적응성을 가지고 있다. 분말약제는 불꽃에 대한 분말의 표면적을 최대로 넓혀야 소화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분말소화약제 형식기준에서는 분말의 미세도를 규정하고 있으며, 최적의 소화효과를 나타내는 분말의 입도는 20㎛~25㎛정도이다.

주방(식용유)화재 소화효과

식용유는 발화온도가 288℃에서 385℃ 정도이며, 한번 착화되면 분말소화약제로 식용유 표면의 화염을 제거하여도 기름의 온도가 발화점 이상으로 가열된 상태로 재발화가 높다. K급 소화기는 대상물의 발화온도를 30℃ 정도 낮춰 냉각효과와 방출시 비누가 생성되어 면을 덮는 질식효과를 가지고 있다.
표[1]에서 “*”의 의미는 소화약제별 적응성이며, 형식승인을 받은 소화약제의 경우 적응성을 인정하고 있다.

 K급 소화약제 소화효과 메커니즘(그림3)

폐식용유, 생선기름은 유지류성분으로 폐식용유와 염기성의 NaOH와 섞어서 굳으면 비누로 사용할 수 있다. 비누화 반응을 생활 속에서 응용한 것이다.
K급소화기의 소화약제는 물에 유기 또는 무기염을 녹여 놓은 것으로 주성분은 K2CO3(탄산칼륨) 또는 CH3COOK(초산칼륨)이며, 식용유 화재 시 기름과 반응하여 비누화 반응이 발생하여 유면으로의 산소유입을 막아 화재를 소화하는 원리이다. 소화의 원리인 비누화 반응을 응용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생활 속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생활 속 숨은 과학(그림4)

3 소화약제 기술동향

상업용 자동화장치는 성능 인증을 받은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주된 소화약제는 K급 소화약제(탄산칼륨이나 초산칼륨, 계면활성제 등)이다. 소화원리는 에스테르화된 식용유의 결합을 파괴시켜 지방산과 글리세린으로 빠르게 분리시키고, 이와 동시에 분리된 지방산과 소화약제가 결합하여 거품층을 만들어 낸다.

상업용(K급 강화액) 메커니즘(그림5)

약제 용기에 저장된 강화액을 가압용 가스용기의 압력을 이용하여 방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배관을 따라 이동하여 노즐을 통하여 각 방호대상물(튀김기, 부침기, 레인지, 웍 등)에 방출된다. 감지부에서 화재를 자동으로 감지하여 소화 장치를 작동시키거나 사용자가 수동 작동장치를 통하여 수동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고체에어로졸 화합물 메커니즘(그림6)

고체에어로졸화합물은 형식 승인을 받은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주된 성분은 KNO₃, K₂CO₃, KHCO₃으로 열분해 되어 에어로졸을 형성한다. 소화원리는 생성되는 에어로졸 입자에 의한 부촉매 작용으로 화재 주변의 ・H나 ・OH 등 활성라디칼을 포착하여 연쇄반응을 차단한다. K염의 분해반응이 활발히 일어나 우수한 소화성능을 가진다.
작동원리는 화재가 발생하면, 감지부가 작동하고, 기계적 구동에 의해 고체인 소화약제가 열분해 되어 에어로졸 방출되어 소화하게 된다. 고체에어어로졸의 설치장소는 배전반실, 통신기기실 등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 지하구의 화재안전기준에서 정하고 있다.

소공간용 화합물 메커니즘(그림7)

소공간용 소화용구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KFI인증제품마다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소화약제는 할로겐화합물 소화약제(FK-5-1-12)가 있다. 작동원리는 열불꽃 등에 의해 감지부가 감지한 후 파괴 또는 분리되면 소화약제가 들어 있는 용기 봉합 부분을 누름핀 등이 타격하여 소화약제가 방출된다. 방출된 소화약제가 대기의 일정 농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화학적 억제반응에 의해 소화가 된다. 소공간용 소화용구의 설치장소는 지하구안의 제어반 또는 분전반의 유효설치 방호체적 마다 설치하며, 지하구의 화재안전기준에서 정하고 있다.

맺음말

경제규모의 확대와 산업의 발전에 따라 기존의 소화약제로 진압하기 어려운 다양한 유형의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금속화재, 도장부스와 같은 특정장소 화재이다. 초기소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의 소화약제 연구가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지난 겨울철 서울 주택가빌라에서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붓고 가열 중 화재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식용유화재는 유류화재와 연소 및 소화특성이 달라 분말이나 물로는 소화가 어렵다. 또한, 개방된 공간에서 이산화탄소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하려다 화재가 확대되는 사례도 있었다. 화재특성에 맞는 적응성 있는 소화기 사용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글. 서주완|중앙소방학교 예방안전학과 전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