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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ssus ⓒwww.epequip.com

세계의 소방안전 트렌드와 첨단기술

2019년 4월 15일 오후 7시 50분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첨탑이 무너지자 사람들은 눈물과 탄식을 쏟아냈고 자부심 높은 파리소방대원들은 비수로 가슴을 찔리는 듯 했다. 대원 400여명이 불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불은 거세져만 갔고 유독가스와 붕괴위험으로 대원들의 안전마저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철수”

파리소방대장 장 클로드 갈렛은 비통한 마음으로 후퇴를 명령했다. 그리고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소방로봇 콜로서스를 진입시켰다. 콜로서스는 대원들이 물러난 상황에서 사방이 유리로 막혀 엄청난 온도로 달궈진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 분당 2,500L의 물을 끊임없이 조준 살포했다. 그렇게 10시간이 지난 새벽 4시 대성당은 가까스로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 그리고 그날에 있었던 그의 영웅적인 활약은 파리소방대는 물론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그렇다, 뉴노멀의 시대다. 누군가에겐 소설처럼 들릴 이 이야기는 이미 작년에 벌어졌던 실제이며 곧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3D 프린팅, 바이오기술 등으로 대두되는 4차 산업혁명은 더욱 가속화되어 전 분야에 걸쳐 침투해오고 있다. 따라가기도 벅차지만, 따라가지 않을 수는 없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이 이미 로봇소방부대를 창설했고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늘어가고 있다. 선진국과 첨단기업들의 소방안전기술을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가야할 바를 숙고해봐야 할 것이다.

드론 1 – 초고층 건물 소방용 드론

(ⓒwww.gfhk.top)

스마트폰으로 조종되는 AR드론이 탄생하고 상용화되기 시작한 2010년부터 이것이 곧 소방현장에 투입될 것을 예견한 이는 적지 않았다. 특별한 상상을 하지 않아도 사람을 대신에 접근이 어려운 곳에 소방제를 뿌려대는 드론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고 그런 역할에 드론이 매우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올해 1월 20일. 중국 충칭시에서 개최된 초고층 소방드론 시연행사는 중국의 드론기술과 소방드론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드론은 중국의 종합항공장비 제조업체 궈페이의 드론이 사용됐고 충칭시 소방관이 원격조종하였다.

시연에선 100m 높이에 나무 5톤, 유류 150kg으로 화재를 발생시켰고 건물 외부에 가연성 물질에 의한 화재가 발생했을 시 이를 드론이 진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었다. 영상을 보면 소방드론 6대가 신속하게 움직여 진화에 성공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궈페이의 고층소방드론은 시속 54km의 속도로 날아가 장착된 소방호수에서 소방수와 소방제를 분사해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했다. 하지만 배터리 수명이 20분 정도라 몇 차례 착륙해 교체를 해야 하는 단점과 부가장비를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개선사항도 있었다.

지금의 도시는 양적 팽창보단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발전하며 보다 고도화, 집적화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자연스럽게 초고층 빌딩을 요구하고 건축물 사이의 빈 공간을 채워나가게 된다. 이에 소방관들은 건축물이 높아지는 만큼 신속한 접근이 용이하지 않게 되며 소방활동 과정에서의 위험도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소방차 또한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 초기대응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고층건물의 소방활동에 변수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방드론은 초고층의 건물들이 밀집한 환경에서 효과적인 카드로 선택될 수 있을 것이다.

드론 2 – 최초의 인간 운송 재난구조 드론

라트비아의 드론 제작업체인 에어로네스는 지난 2017년 5월 12일 세계 최초의 인간비행을 성공했다. 이번 실험에 동원된 28-propeller 드론은 높이 120m의 탑에서 스카이다이버를 매달고 335m의 높이까지 61초 동안 비행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제대로 된 착륙이 이뤄지지 않아 구조용으로 활용하기엔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어로네스는 현재 드론의 탑재량을 200kg까지 증가시킨 상황이고 이러한 파워 리프팅 기술을 활용해 다목적 구조드론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로봇 1 - 지능형 소화로봇, Fine

ⓒwww.tuvie.com

이 앙증맞은 가전제품이 얼마나 다재다능한지에 대해서, 그리고 이것이 언제 디자인 된지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세계 최초의 지능형 소화로봇인 Fine은 2009년 ‘James Dyson Award’에서 결승에 오르며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개인용 소화기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Fine의 본 실력은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발휘된다.

디자이너 Benjamin Davoult와 Baptiste Lanne에 의해 개발된 Fine은 적외선 온도센서, 불꽃센서, 가스센서, 연기센서가 탑재되어 있어 화재가 나거나 가스가 누출되면 바로 인근의 소방서로 자동으로 연락을 취해 화재신고를 하고 화재가 발생한 표적을 감지해 목적지로 이동한다. 충돌감지센서를 통해 장애물을 피하면서 화재지점에 도착하게 되면 내장된 1.5L의 소방제를 분사한다.

개발이 된지 10년이 지났지만 Fine의 진가는 아마 지금이 아니라 미래에서 발휘되지 않을까한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가전제품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그렇게 쌓인 빅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이 더욱 유의미한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다면 Fine은 미래의 우리 가정을 지키는 든든한 재난 파수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로봇 2 –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재난탐사 로봇

ⓒSarcos Robotics의 Guardian S ⓒrobots.ieee.org

미국의 산업용 로봇 전문업체 사코스 로보틱스(Sarcos Robotics)가 개발한 가디언 S는 까다로운 지형을 가로 질러 극한의 재난 현장이나 산업시설과 같은 위험한 환경을 탐사하는 다목적 뱀 로봇이다. 6대의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 고감도 마이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원격 작업자에게 피드백 하는데 사코스 로보틱스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과의 계약을 통해 시설 점검 및 테스트 현장에서 가디언 S를 투입하고 있으며, 재해구호나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RMUS(Rocky Mountain Unmanned Systems)와의 파트너십을 맺고 공공안전 응용분야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서 보듯 가디언 S는 길쭉한 몸체 디자인에 자성을 띠고 있어 금속 벽을 쉽게 오를 수 있으며 다양한 환경과 까다로운 지형, 그리고 통행이 제한된 공간 어디에서든 적응할 수 있다. 모듈 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추가로 탑재할 수 있으므로 다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로봇 3 – 엄친아 스펙의 강력한 소방로봇

ⓒwww.roboticfirefighters.com

앞서 언급한 콜로서스의 활약에 박수를 쳤다면 테르밋(Thermite) RS3의 성능 앞에서는 경악하고 말 것이다. 하우 앤 하우의 테르밋 RS3은 콜로서스의 약 4배에 가까운 분당 9,500L를 300~500m까지 분사할 수 있으며 급유 없이 최대 20시간 구동이 가능하다. 강철과 강화고무로 만든 트랙은 거친 지형을 탐색할 수 있고 모듈식 디자인을 채용해 인공호흡기를 포함한 다양한 추가 장비를 통합할 수 있다.

영상에서 보듯이 테르밋 RS3은 자동차를 쉽게 밀어붙일 정도로 강력하다. 테르밋 시리즈는 애초에 미 육군을 위해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탱크타입의 소방로봇이라 내구성이 높고 험지에서의 기동이 용이해 항공기 화재, 정유소, 화학공장 또는 원자로와 같은 극한 위험지역에 사용하도록 설계되었다. 이 엄친아 같은 스펙을 자랑하는 테르밋 RS3은 분명 소방로봇 시장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모델 중 하나일 것이다. 이에 콜로서스의 바통을 이어 세계 곳곳에서 활약을 한다고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경쟁자들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아 테르밋이 긴장을 놓을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착용장비 – 증강현실로 실제를 구현해 주는 소방헬멧

ⓒQwake Technologies

연기가 자욱한 화재현장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소방관은 손을 더듬어가며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불과 공포와 어둠을 한꺼번에 이겨내야 하는 상황에서 집중력은 떨어지고 순간적인 판단 또한 무뎌질 수밖에 없어 소방관의 안전은 물론 구조의 실패확률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악조건의 원인은 시야확보가 되지 않는 문제에서부터 시작할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퀘이크 테크놀로지(Qwake Technologies)의 C-Thru 스모크 다이빙 헬멧(Smoke Diving Helmet)이 해답이 될 수 있다. C-Thru 스모크 다이빙 헬멧은 추가적인 장비 없이 어떠한 조건에서도 소방관의 시야를 확보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C-Thru 스모크 다이빙 헬멧은 빛이 없거나 이물질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물의 기하학적 경계선에 대한 정확한 시각정보를 제공해준다. 더불어 내열성 디자인에 산소호흡기가 연결돼 있으며 통신장비가 내장되어 있어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동료나 외부 컨트롤타워와 의사소통할 수 있다. 또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동료 소방관의 위치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소리를 증폭해 화염 속에 작은 목소리도 들을 수 있게 한다. 더불어 헬멧에 내장된 다양한 센서들은 화재현장에서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해 지휘통제실에서 내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글. 최호철(소방안전플러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