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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살펴 본 ‘2018년 대형화재’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 통계(2018년 11월 30일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화재사고 38,400건, 인명피해 2,410명, 재산피해 497,532,781천원이다. 전체화재 건수의 87.74%가 실화에 의한 화재로 평소 위험요소 방치, 불안전한 행동 등 무관심이 낳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전체 38,400건의 화재 중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한 대형화재 건수는 손으로 꼽을 만큼 적기 때문에 초기 대응을 잘했다고 볼 수도 있다.

대형화재가 발생하면 많은 언론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이슈가 되어 안전 불감증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때의 일을 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2018년 발생했던 대형화재를 당시 언론보도자료 토대로 화재당시 상황과 문제점 등을 정리하여,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안전의식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자 한다.

환자들에게 안전하지 못했던 공간, 밀양 세종병원 화재

키워드
“전기화재” + “피난약자” + “안전불감증” = 대형화재
장 소
경상남도 밀양시 세종병원
일 시
2018년 1월 26일 오전 7시 32분 경
원 인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의 전기배선 단락
피 해
환자 및 병원관계자 50명 사망, 109명 부상

2018년 1월 26일, 오전 7시 30분경 병원의 응급실 뒤쪽 천장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신고 후 3분 만에 소방차가 도착해 3시간 만에 완전진화에 성공했지만, 안타깝게도 159명이라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상자의 대부분이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발견되었으며, 환자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중증환자가 화염과 연기에 희생된 것이다.

피해가 이토록 커진 데에는 세종병원이 중소병원으로서 건축면적상 법적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서 제외된 점을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화재가 조기에 진압되지 못하면서 유독가스가 급속히 확산되었고,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연기가 확산되는 방향이었던 3층에는 중증 환자들이 입원해 있었다. 3층에서만 18명의 환자들이 신체보호대로 결박되어 이를 푸는데도 30초에서 1분가량의 시간이 소모되었다. 유사시에 작동해야 할 비상발전기는 아예 작동되지도 않았고, 발전량도 실제 용량보다 2배로 위조해 신고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해당 발전기는 엘리베이터와 중환자실에 전력을 공급할 수도 없는 10킬로와트 용량에 불과했다.

유사시의 사태에 환자들을 돌볼 당직 인원도 크게 모자랐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현행 의료법상 세종병원은 당직 의사는 6명, 간호사는 35명이 당직으로 배치되어야 했다. 그러나 화재 당시 배치된 인원은 9명에 불과했다. 반면 입원환자는 당시 177명으로 당직자 1명 당 20명 가까이 돌봐야 하는 상황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시 제대로 된 대피조치가 어려웠다.

마지막은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라는 점이다. 특히 병원이 시 당국에 신고 없이 실시한 증‧개축으로 피해를 키웠다. 화재의 규모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화문이 도면상으로는 1층에 2개가 설치되어 있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2층 설치된 방화문도 불길에 녹아내리는 바람에 연기와 불길을 차단하는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도면상으로는 1층과 2층을 이어준다고 나왔던 보조계단은 출입문도 없이 벽면으로 막혀 구조대의 진입을 지연시키는 안타까운 일을 발생시켰다.

사고 발생 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종병원 내 불법건축물은 2011년과 2015년에 총 12곳이 적발되었는데, 이를 철거하지 않고 이행강제금만 낸 채로 계속 영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네 의원에서 요양병원까지 딸린 중소병원으로 발전했지만 그에 합당한 소방안전시설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것이 대형사고로 번진 것이다.

등 붙이고 자던 방 한 칸의 참화, 종로 고시원 화재

키워드
“전기화재” + “다중이용업소” + “안전불감증” = 대형화재
장 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국일고시원
일 시
2018년 11월 9일 오전 5시 경
원 인
3층 301호 전열기구 복사열에 의한 착화
피 해
고시원 입주자 7명 사망, 11명 부상

2018년 11월 9일 새벽 5시, 종로구의 한 고시원 3층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출입구 쪽에 위치한 301호에서 처음 불이 시작되었고, 3층에 있는 사람들은 탈출경로를 확보하지 못해 총 사상자가 18명에 이르렀다. 고시원 총무가 발견하고 바로 신고를 했지만, 신고 자체도 불이 난 지 10여분 지난 뒤에 이루어진 터라 골든타임은 놓친 채로 진화작업이 진행되었다.

방범카메라 영상을 입수한 결과, 301호에서 불이 난 뒤 세입자가 혼자서 불을 끄려고 노력했지만, 주변 이웃들에게 불이 났다고 알리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알아챈 것은 불이 이미 번진 이후였다. 그나마 불이 난 3층에서 목숨을 잃지 않고 살아난 사람들은 대부분 방에 외창이 있었다. 출입구가 봉쇄된 상황에서 바깥으로 난 창을 통해 탈출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번 사고는 화재감지기와 비상경보가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의문으로 남아있다. 실제 이 고시원에는 자진 설비로서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설치되어 있었고, 각 방마다 단독경보형감지기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단독경보형감지기는 화재를 감지한 감지기에서만 경보음이 울리는 반면, 자동화재탐지설비는 설치된 화재감지기가 모두 연결이 되어 하나의 화재감지기에서 열이나 연기를 감지하게 되면 건물 전체에 경보를 울리는 시스템이다. 국일고시원은 경보설비가 이중으로 잘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증언 중 불이 났다고 외치는 목소리와 벽 두드림을 통해서 방을 나왔다는 내용은 있어도 비상경보가 울리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치되어 있는 안전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드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사고 발생 후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건물주가 거절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서울시에서는 2012년부터 영세 고시원에 임대료를 5년 동안 동결하는 조건으로 지자체의 비용을 들여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있다. 2015년 고시원 운영자가 이 사업을 신청해 사업 대상자로 승인되었지만 건물주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반대로 설치가 무산되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사고는 화재 즉시 신고를 하거나 사람들을 대피시키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쳤고, 건물주의 안전의식 부재가 피해를 키우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1개 층에 40여 명이 기거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대피가 어려웠던 점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고시원 거주자들이 좁은 공간에서 전기주전자, 전기장판 등을 사용하고, 이불과 옷 등 가연물질은 방 곳곳에 널려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다른 장소보다 불이 번지기 쉬운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시원뿐만 아니라 일명 쪽방촌이라고 불리는 협소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노약자들이 많다. 70~80대의 노인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두세 평 남짓한 공간에서 가스버너로 밥을 지어먹고 전기난로를 사용하는 등 화재 위험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번 종로 고시원 화재를 보면서 다수의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건물에는 철저한 안전설비 설치와 관리·점검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건물 관계인의 안전의식 향상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뼈아픈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소방안전설비 점검과 안전의식 제고 필요

앞서 소개한 두 사고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발생한 사고일 뿐만 아니라 안전관리자 및 건물관계인의 안전의식 부재, 거동이 불편하거나 협소한 공간 때문에 화재 초기에 대피가 어려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다른 대형화재와는 달리 신고 후 소방인력이 5분을 넘기지 않고 출동해 화재를 재빨리 진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반복되는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예방을 위해 강화된 법이 기존 시설물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건물의 공간적인 문제도 있다. 바로 불법 증‧개축 또는 대피로 미확보 등이다.

미국의 경우 2003년 발생한 코네티컷 그린우드 요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16명의 사상자를 낸 후, 규모와 상관없이 병원을 포함한 대다수 보건의료기관에 스플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또한 단순히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경우를 대비하여 이용자 피난 훈련 프로그램을 10시간 이상 실시하고 있다. 또한 개인주택의 경우 주택용 화재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로 주택용 화재경보기 설치율을 88%까지 끌어올리면서 화재사망자를 52% 줄이는 성과를 내었다.

우리나라 역시 2017년 2월부터 주택용 소방시설(단독경보형감지기 및 소화기)을 설치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확인했듯이 설치도 중요하지만 이후 얼마나 제대로 유지‧관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종로 고시원 화재사고처럼 2017년 최악의 화재로 뽑히는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사건을 보면, 화재경보기는 설치되어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큰 피해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고도로 산업화되어 좁은 면적에 많은 사람들과 재산이 집중된 양상을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한층 중요하다. 2018년 11월 24일에도 KT 아현지사에 화재가 발생해 서울 서북부지역에서 인터넷, 유선전화, 카드결제 시스템 등이 통째로 마비되는 사고가 있었다. 국소적인 화재로 시작해도 그 끝은 또 다른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소방안전시설에 대한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글. 소방안전플러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