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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119구조본부 인명구조견센터 소속의 훈련사 및 구조대원 들과 6마리의 인명구조견 토백, 토리, 왕건, 우정, 티나, 소백.

사람의 벗에서 생명의 지킴이로,
중앙119구조본부 인명구조견

바야흐로 반려동물 1,500만 시대이다. 전체 2,238만 가구의 26.4%인 591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 네 집 건너 한집 꼴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려동물 1,000만 시대라고 떠들썩했는데 엄청난 증가속도다. 이 같은 증가추세는 코로나19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이후 반려동물용품의 매출이 50% 가까이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말 그대로 반려, 짝이 되고 벗이 되는 동물. 그렇다고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 단지 마음의 위안만을 얻는 것은 아니다. 3만년 전 인간이 처음 동물을 가축화하면서 그들은 인간의 자산이자 삶을 지탱해주는 물적 토대가 되어주었고 그러한 바탕 아래 문명은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그리고 고도화된 문명의 오늘날에도 그들의 활약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인명구조견이다. 첨단기계와 인공지능이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하고 있지만 인명구조 현장에서 3만년 동안 이어온 벗들의 위상은 여전히 공고하다. 무엇이 그들을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일까? 국가인명구조견센터를 찾아 그 비밀을 알아보자.

전국 핸들러 수준유지 훈련에서 중앙, 부산, 서울, 경기 핸들러, 구조견들과 함께

Q. 국가인명구조견센터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중앙119구조본부 인명구조견센터는 우수한 인명구조견과 핸들러(운용자)를 양성하고 훈련시키는 국내 유일의 국가기관이다. 2011년 4월부터 인명구조견을 길러내어 각 시도 소방본부에 28두를 인계했고 현재 센터에는 인명구조견 6두가 활약하고 있다. 2017년 연면적 816㎡에 지상 2층 2개 동의 재난훈련장을 준공하고 건물붕괴 사고에 대비한 실내탐색, 풍수해 대응, 기초탐색훈련 등을 훈련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7월 31일 기준 전국 시·도 소방본부에서 운용하고 있는 인명구조견 28두의 누적 구조실적은 총 6,090회 출동하여 430여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조했다.

Q. 최근 소방과 구조 분야에 첨단장비들이 많이 도입되고 있음에도 인명구조견의 활약은 대체 불가능할 만큼 뛰어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A. 개(犬)와 사람의 친밀한 관계는 모든 반려 동물 중에 으뜸이다. 이러한 인간과의 친밀함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에서 개들은 높은 지능과 예리한 본능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들을 도와주는 경우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인명구조견은 예민한 후각, 시각 등 본능을 이용하여 사람의 체취, 움직임을 탐지하여 재난 사고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인명구조견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자율적인 의지가 있으며, 생물학적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육상 환경에서 자유롭고 민첩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첨단장비가 갖지 못한 인명구조견의 뛰어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인명구조견은 사람과 비교하여 시각은 주간 0.8배, 야간 10배, 후각은 10,000배 이상의 능력을 가졌으며, 이를 이용하여 인명구조견 1마리는 일반사람의 30~50명의 재난현장에서 수색능력 발휘할 수 있다.

인명구조견 세빈의 붕괴건물 수색 모습

Q. 사람들에게도 적성이 있듯이 구조견도 타고난 기질이 필요할 것 같다. 구조견은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A. 무엇보다 주위 사물이나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구조견은 다양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데 어릴 때부터 이러한 호기심이 없다면 훈련을 진행하기가 매우 힘들다. 호기심을 통해 환경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경험하여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나가야 그것을 기반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자기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소유욕이 있어야 한다. 모든 훈련이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체력소비가 많은 구조견에게 꼭 필요한 요소가 바로 소유욕이다. 구조견이 ‘꼭 사람을 찾아야 한다’라는 사명감을 가질 순 없다. 이들이 넓은 산과 험난한 붕괴지역에서 실종자를 찾는 궁극적인 이유는 자기가 좋아하는 공이나 장난감 등을 보상품으로 받기 위함이다. 훈련을 통해 사람을 찾게 되면 보상품을 받고 즐겁게 놀 수 있다는 학습을 하면서 보상에 대한 기대심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게 된다. 만약 소유욕, 즉 보상품을 가지려는 마음이 없다면 훈련을 위한 동기 부여가 어려워져 구조견이 될 수 없다.

핸들러와의 공놀이에서 소유욕을 보여주는 토백

Q. 인명구조견으로 가장 우수한 견종이 있는가? 있으면 어떤 종들이 손꼽히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중앙119구조본부에서의 대표적 인명구조 양성견은 저먼 셰퍼드(GSD), 벨지안 말리노이즈(BM), 래브라도 리트리버(LR), 보더콜리(BC), 잉글리쉬 스프링거 스파니엘(ESS)이다. 이유는 사역견으로서 전 세계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견종들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품종들이기 때문이다. 체력과 집중력이 좋고 사람에 대해 친화적이며 소유욕을 이용하여 단계별로 각종 훈련을 진행했을 때 잘 따라온다.

Q. 구조견은 어떤 훈련을 받고 훈련 일정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A. 인명구조견은 다른 특수목적견과는 다르게 목줄에 묶여있지 않은 자유로운 상태로 핸들러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수신호에 따라 넓은 수색지역을 원하는 방향으로 탐색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에 특수한 훈련이 필요하다. 크게 3가지 과목으로 명령 복종, 장애물 극복, 실종자 수색훈련으로 구성되어 있다. 넓은 수색지역에서 적절한 지시와 통제를 위해 복종훈련을 하고, 수색 현장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지형지물을 통과하기 위해 장애물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실종자 수색은 산악에서 실종된 구조자를 찾는 산악수색과 무너진 건물 등 재난현장에서 실종자를 찾는 재난수색으로 나뉜다. 훈련견을 포함해 인명구조견은 정해진 일과에 따라 하루 평균 2시간 이상의 반복훈련을 받도록 되어 있으며 각종 사고현장 출동 대비 구조능력을 매일 극대화 시키고 있다.

장애물 훈련을 하는 토백

Q. 인명구조견을 훈련시킬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
A. 인명구조견과 핸들러는 하나의 팀이다. 특히 말이 통하지 않는 팀원 간의 팀워크 형성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팀워크 형성에 바탕이 되는 것은 바로 신뢰라고 할 수 있다. 개의 행동과 패턴을 유심히 관찰하여 특성을 파악하고 일관성 있는 태도와 인내심으로 구조견으로 하여금 핸들러를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줘야 한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 잘 알아가고 신뢰를 쌓게 되면 눈빛만 봐도 서로 교감할 수 있는 하나의 구조견 팀이 만들어질 수 있다.

Q. 인명구조견에게도 자격증이 있다고 하던데 어떤 자격증이 있으며 합격 기준은 어떠한가?
A. 인명구조견이 되기 위해서는 6개월~18개월 정도 나이에 유전적 질병과 기형이 없이 건강해야 하고, 9개 항목 14가지 도입 기준에서 100점 만점 중 70점 이상이어야 훈련견으로 선발될 수 있다. 훈련견으로 도입되면 약 2년간 전문 훈련관님들에게 명령 복종, 장애물 극복, 실종자 수색 등의 양성훈련을 거쳐 인명구조견 인증평가가 정하고 있는 10개 항목 24가지 기준에 대해 300점 만점 중 210점 이상 점수를 받아야 인명구조 공인견으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인명구조견이 되면 비로소 핸들러로 선발된 구조대원과 팀을 이루어 각종 재난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출동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자격증이라고 할 수 있는 구조견의 등급은 현재는 재난·산악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산악 등급은 산악 지형 등에서 발생한 실종자를 찾는 구조견으로, 재난 등급은 건물 붕괴 등 재난에서 발생한 실종자를 찾는 구조견으로 이해하면 된다. 앞으로 중장기적인 연구를 통해 화재현장과 수난사고현장에서도 실종자를 수색할 수 있는 수난구조견과 살아있는 실종자가 아닌 이미 사망한 사체를 수색할 수 있는 사체탐지견을 양성·보급할 예정이다.

Q. 최근 인명구조견이 활약한 사연 중에 인상 깊었거나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A. 2019년 9월경 가을에 충북 청주 우암산 등산로 일대에서 80대와 60대 모녀가 함께 등산하였다가 서로 헤어지신 후 80대 어머니만 하산하시고 60대 따님이 실종되셔서 저희 중앙119구조본부 인명구조견센터에서 수색 출동을 했었다. 실종신고 후 충북소방 구조대원들이 등산로 주변을 밤새도록 수색을 했었던 상황이었다. 수색 중 울창한 숲에 가려져 구조대원들의 눈길이 닿지 않았던 곳에서 탈진해 계셨던 실종자의 냄새를 맡은 인명구조견이 신속하게 뛰어가 실종자 앞에서 멍! 멍! 크게 짖어 구조대원들에게 ‘여기 실종자가 있어요!’하고 알려주었고 저희는 실종자를 상태를 확인한 후 안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보내드릴 수 있었다.

청주 우암산 실종자 발견 현장에서 탁월한 수색능력을 발휘한 우정이

Q. 인명구조견과 핸들러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나?
A. 핸들러는 2주간 기초반에서 입문교육을 수료하고, 인명구조 공인견과 함께 4주간 전문교육을 통해 비로소 하나의 팀으로 이루어진다. 핸들러는 인명구조견과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는데, 어쩌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할 수도 있다. 인명구조견을 동물 이상으로 생각하고, 말은 통하지 않아도 어떠한 행동을 보이기만 해도 구조견이 무엇을 원하는지 핸들러는 알 수 있다. 인명구조견은 듬직한 동료, 그리고 친구같은 존재다.

Q.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듬직한 인명구조견과 파트너가 되어 활약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도 많은데, 핸들러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동물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큰 자질을 갖춘 것이다. 거기에 관찰력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동물들은 말을 못 하기 때문에 몸을 사용한 행동으로 표현을 한다. 작은 행동이지만 어떠한 상황에서 그 행동을 했는지. 왜 그 행동을 할지. 스스로 생각해 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면 훌륭한 핸들러가 될 수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장에 나가보면 대부분이 높고 험한 산악지역이 많기 때문에 평소 체력관리를 꾸준히 해야 한다.

핸들러 김영웅님과 우정이

Q. 소방대원으로서 핸들러란 보직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A. 구조견과 교감을 하며 각종 재난현장에 출동하여 구조활동을 하는 핸들러 임무가 소방에 몸담으면서 쉽게 해볼 수 없는 특이한 보직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장점인 것 같다. 하지만 인명구조견이 은퇴하기까지 보통 5~6년 핸들러를 하게 되는데, 그 기간 중 다른 구조업무에 대한 소홀함이 생길 수 있다.

Q. 핸들러와 인명구조견이 실제 현장에 투입되었을 때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A. 현장에 나가면 위험요소가 무수히 많다. 산악지역에서는 덫이나 올가미, 그리고 추락사고, 재난(붕괴) 현장에서는 전기, 추가 붕괴우려 등 안전에 유의해서 현장활동을 해야 한다.

Q. 핸들러로서 가장 어려움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A. 현장활동을 하다 보면 인명구조견이 무조건 찾을 수 있다는 주변 인식과 시선 때문에 사실 부담감이 적잖이 있다. 그리고 인명구조견이 대형견이기 때문에 산에서 등산객을 마주쳤을 때 구조견을 무서워하거나 거부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아 인명구조견에 대한 홍보를 많이 해야겠다고 느꼈다.

핸들러와 인명구조견의 혹한기 훈련 모습

Q. 일반인이 조난을 당하거나 우연히 인명구조견을 목도하게 됐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A. 재난현장에서 인명구조견의 활동은 위험에 노출된 사람의 냄새 또는 시각을 이용해 수색하는 것인데, 구조 대상자들은 섣불리 움직이지 마시고 구조견의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자유롭게 행동하셔도 된다. 다만, 구조견 수색활동 지역 내에 계시면 신속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주시고, 만지거나 먹을 것을 주시면 절대 안 된다.

Q. 인명구조견도 은퇴를 한다고 하는데 어떤 경우 은퇴를 하며 은퇴 후에는 어떻게 되나?
A. 보통 6년~8년 정도 현장활동을 하면 노령으로 현장활동이 어려워져 임무에서 은퇴하게 된다. 은퇴를 하면 분양공고를 통해 사후관리가 가능한 일반시민의 품으로 돌아가 평안한 노후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소속기관에서 은퇴식을 치러주고 한국인명구조견협회에서는 평생무상 사료권을 증정하기도 한다.

은퇴식에서 꽃목걸이를 받는 인명구조견

Q. 앞으로 국가인명구조견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혹은 그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A. 소방직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면서 재난안전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더욱 막중해졌다고 생각한다. 이에 기존의 인명구조견 운용에 그치지 않고 더욱 다양한 활용을 위해 운용체계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다. 특수재난사고에 대비해 인명구조견의 능력을 더욱 고도화하는 계획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화재탐지견, 수난탐지견, 사체탐지견 등 재난유형별 맞춤형 특수목적견을 양성하고 보급을 확대함으로써 국민의 귀중한 생명을 구조하는데 최선을 다할 각오다. 국민께서는 우리 핸들러와 인명구조견의 끈끈한 파트너쉽과 능력을 믿어 주셨으면 좋겠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유기되는 반려동물 또한 급속히 늘어 동물보호소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보도를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인간의 얄팍한 욕구를 위해 오랜 기간 벗으로서 함께 해준, 인간이 채 할 수 없는 영역에서 몸을 던지며 헌신해준 그들의 고통을 한 번쯤 생각해 본다면 마음이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처음 들었던 의문점, 어떻게 인명구조견은 첨단장비보다 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중앙119구조본부 인명구조견센터의 핸들러 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말끔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단지 인명구조견의 탁월한 능력뿐만이 아니라 3만 년을 함께 하며 다져온 우정과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글. 최호철(소방안전플러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