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다렸던 유럽 미분무소화설비 기준 EN 14972-1(고정식 소화설비 중 미분무소화설비의 설계, 설치, 검사 및 유지보수)이 2020년 12월 23일 발표되었다. 이제 스프링클러 설비와 같이 미분무소화설비도 소방 컨설턴트, 설계자 및 설치자 등 많은 관계자가 공통으로 참조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공인된 기준의 발표는 그간 많은 기관 및 관계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분무소화설비의 대표기관인 국제미분무협회(International Water Mist Association, IWMA)도 기준 발표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건물에 미분무소화설비 도입가 도입될 것을 전망했으며 관련 기술 개발에 대한 기대를 표명하였다. 유럽 소방전문 기관인 Danfoss Fire Safety사의 한 관계자(Henrik Bygbjerg, global director R&D, service, EHS&Q) 역시 “공인유럽기준을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이는 오랫동안 실규모의 시험을 통해 검증된 기술을 더 많은 건물에 도입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라며 미분무소화설비의 기준 도입 및 적용에 상당한 지지를 나타내는 등 여러 유관기관 및 이해관계자들이 유럽기준 EN 14972의 공포를 산업계의 획기적 성과로 보며 업계의 전반적인 업무 방식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20여 년 전 유럽 표준화 위원회(European Committee for Standardization, CEN) 내 고정식 소화설비 담당 그룹 ‘TG3’이 생기면서 미분무소화설비 유럽 기준에 대한 작업이 시작되었다. 2008년 발표된 첫 번째 미분무소화설비 기술 사양에 이어 2011년 두 번째 기술 사양이 발표되었다.
‘TG3’은 2016년 미분무설비 워킹 그룹 ‘WG10’으로 승격되었고, ‘WG10’의 노력으로 2020년 유럽 기준 EN 14972-1이 발표된 것이다. 이번 EN 14972-1 기준에서는 고정식 육상 기반 미분무소화설비의 설계, 설치, 검사 및 유지 관리에 대한 요건 및 권고 사항을 상세히 명시하고 있다. 본 기준 발표에 따라 유럽 표준화 위원회(CEN) 회원국은 해당 내용을 국가 기준으로 실시하여야 하며, 기준과 부합하지 않는 사항은 철회해야 하는 내용도 명시되어 있다.
그간 기준의 발전에 이바지한 유럽 표준화 위원회(CEN)의 노르웨이 대표 기관이자 노르웨이 저압 미분무 기업인 Prevent Systems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미분무소화설비에 관한 최근 기준 발표는 역사상 매우 중요한 이정표이며 노르웨이에서도 본 기준을 활발히 적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전 세계에서 1인 기준 스프링클러설비 설치가 가장 많은 국가인 노르웨이에서도 미분무소화설비는 전체 주거용 스프링클러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만큼 이러한 공통 기준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1880년 오하이오 주 F.E Myers사에서 소규모 산불 진압을 위해 제작한 배낭형 미세입자 물분무 시스템에서 시작된 미분무소화설비는 그간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지금에 이르러 이와 같이 상당히 발전하게 된 것이다.
미분무소화설비는 비교적 높은 압력 상태에서 극소의 작은 물방울로 분해시키는 특수 노즐을 통해 신속하게 물을 방출시킴으로써 상당히 미세한 물방울을 분사시키는 방식의 설비로 주로 화재 진압과 확산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며, 연소와 화염 확산 방지를 위해 화재 3요소 중 열과 산소 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작동된다.
미분무소화설비는 그간 선박용 소화설비에 사용되었으나, 점차 건물 내 인명안전 목적에도 적합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전자장비, 기계류 등 설치 시설과 같은 자산 보호에도 성공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특히 가스 터빈이나 연료 저장소와 같은 폐쇄 환경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데 효과적이다.
미분무소화설비는 스프링클러설비보다 비교적 적은 용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물에 의한 피해는 스프링클러 사례보다 훨씬 적을 것이며, 배관 및 부속장치를 포함한 설비 설치에 대한 공간적 부담도 비교적 적어 대형 설비 설치가 어려운 환경 또는 기존 건물에 소화설비를 새롭게 추가 설치해야 할 경우 용이한 특징이 있다.
화재진압에 효과적인 미분무소화설비의 이점은 예전부터 연구되었지만, 이번 유럽공통기준인 EN 14972-1: 2020의 알림으로 이제 더욱 많은 관계자들이 이 기술을 확인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법률과 기준이 신기술 발전에 뒤처지는 경우가 많으나 이번 기준 공포를 통해 미분무소화설비 제조업계 등에서도 철저한 품질 관리 및 검증·인증된 설비를 수요처에 설치·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준은 고정식 육상 기반 미분무소화설비의 설계, 설치, 검사 및 유지보수 작업 방법에 대한 명확한 기반을 다질 것으로, 이는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며 앞으로 시장에서도 미분무소화설비가 점차 증가하여 건물의 안전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미분무소화설비를 통해 보호되는 건물 및 공간 사례는 다양하다. 그중 유명한 곳으로는 뉴욕 맨해튼 중심에 있는 성 패트릭 교회, 밀라노의 라 스칼라, 메카의 시계탑, 베니스의 산마르코 대성당, 옥스포드 대학의 보들리안 도서관 아카이브, 윈저 성 등이 있다. 또한 영국과 유럽을 잇는 유로터널도 미분무소화설비로 보호하고 있으며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휴대용 미분무소화장치를 탑재하고 있다.
미분무소화설비의 규정을 준수하며 이를 통해 보호되는 건물의 좋은 예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는 퀸스 대학교(Queen's University, Belfast)로 10,000㎡ 규모의 신축 공간인 별관에 고정식 소화설비가 설치되어 있다. 건물에는 고가 전기 장비가 있는 암 연구 센터가 있어 화재 발생 시 미분무소화설비 사용으로 물에 의한 손상 위험을 최소화하여 기기 사용중단에 대한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분무소화설비는 별관 건물의 미적 외관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미분무소화설비 노즐의 반매립형 디자인이 현대 건축 건물의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어 미적 설계 요건, 화재 방지 요건, 노즐에서 분사되는 물의 감소 요건에 충족되기 때문에 해당 건물에 미분무소화설비를 적용할 수 있었다. 본 설비는 EN 14972-1 기준을 따르며 자동 노즐 사용에 대한 EN 14972-2, 4, 5와 아트리움 시스템 사용에 관한 EN 14972-10을 준수하였다.
또한 최근 사례로 DNV-Gødstrup 병원을 들 수 있다. 서부 덴마크의 Gødstrup 병원건물 건설 공사는 EN 14972 기준을 참조하여 미분무소화설비를 설치한 145,000㎡ 규모의 대규모 병원 단지 건설 프로젝트였다. 이 최첨단 병원은 13,000㎡ 규모의 정신과, 127,000㎡ 규모의 신체장애과 및 5,000㎡ 규모의 연구 및 교육 센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400개 이상의 환자 병상을 갖추어 최상의 환자치료 및 최신의 연구‧교육 시설 제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Gødstrup 병원에는 고압 모듈식 펌프 장치, 섹션 밸브, 배관 및 물 분무 노즐로 구성된 고압 미분무설비를 설치한 곳이 있으며, 통합 유량 테스트 시스템은 52개 구획을 제어하고, 4개의 120kW 펌프가 있는 2곳의 고압 미분무 펌프 장치는 마스터-슬레이브 구성 작동원리를 적용하였다. 로비 등의 공공 장소, 천장, 서브플로어 등에 약 일만 개의 고압 미분무 노즐이 설치되었으며, 이 노즐은 주로 EN 14972 기준, 특히 제2장, 3장, 5장 및 8장과 유리 파티션 보호를 위한 대표적인 화재 시험 프로토콜 개발에 대한 부록(A)에 따라 목적에 적합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병원에 적용된 설비 시스템은 덴마크 소방 및 보안 기술 연구소(Dansk Brand-og Sikringsteknisk Institut, DBI) 규칙을 준수하며 EN 14972를 근거로 하는 DBI의 지침 254-1 및 DBI 254-2의 승인을 받았다.
이와 같이 사용자 및 건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하며 친환경적인 기술을 사용하는 미분무소화설비를 설치하는 건물의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미분무소화설비는 적용 장소별 성능목적에 따라 설정하고 이를 위한 성능을 평가하는 시험방법 및 성능요건에 따른 요소를 설계에 반영하여 설치한다. 즉, 미분무소화설비는 적용 대상에 대한 성능 기반 시험 검증을 기반으로 설치하므로 미분무소화설비 기준에서는 해당 건물의 미분무 적용에 대한 지침 및 시스템 검증과 문서화 방법 등의 근거를 포함한다. 미분무소화설비 기준은 총 17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분무소화설비 제조사의 시스템 검증을 위한 시험 프로토콜에 관한 내용이 중심이다.
미분무소화설비 유럽 기준(EN 14972-1) 목차(17장 구성)
• EN 14972-1: 2020: 설계, 설치, 검사 및 유지보수 • EN 14972-2: 상가용 자동 노즐 시스템 테스트 프로토콜 • EN 14972-3: 2021: 자동 노즐 시스템에 대한 사무실, 학교 및 호텔용 테스트 프로토콜 • EN 14972-4: 비저장 점유용 자동 노즐 시스템 테스트 프로토콜 • EN 14972-5: 자동차 차고용 자동 노즐 시스템 테스트 프로토콜 • EN 14972-6: 인조 바닥 및 천장용 자동 노즐 시스템 테스트 프로토콜 • EN 14972-7: 저위험 상업 공간용 자동 노즐 시스템 테스트 프로토콜 • EN 14972-8: 2020: 260m3를 초과하는 개방형 노즐 시스템 테스트 프로토콜 • EN 14972-9: 2020: 260m3를 초과하지 않는 개방형 노즐 시스템 테스트 프로토콜 • EN 14972-10: 2021: 개방형 노즐 시스템 측벽 노즐이 있는 아트리움 보호를 위한 테스트 프로토콜 • EN 14972-11: 케이블 터널용 개방형 노즐 시스템 테스트 프로토콜 • EN 14972-12: 상업용 요리 프라이어용 개방형 노즐 시스템 테스트 프로토콜 • EN 14972-13: 습식 벤치 및 기타 유사 처리장비에 대한 개방형 노즐 시스템 테스트 프로토콜 • EN 14972-14: 2021: 260m3를 초과하는 개방형 노즐 시스템 인클로저 연소 터빈에 대한 테스트 프로토콜 • EN 14972-15: 2021: 260m3를 초과하지 않는 개방형 노즐 시스템 인클로저 연소 터빈에 대한 테스트 프로토콜 • EN 14972-16: 2019: 개방형 노즐 시스템에 대한 산업용 오일 쿠커용 테스트 프로토콜 • EN 14972-17: 자동 노즐 시스템에 대한 주거용 테스트 프로토콜
기준의 부록(A)에는 화재의 제어, 진압, 소화 능력 입증 관련 대규모 화재 시험을 실시하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대표적인 화재 시험 프로토콜 개발 지침사항을 담고 있다.
제조업체에서도 물론 매뉴얼을 통해 해당 설비의 설계, 설치, 운영 및 유지 관리 방법을 안내하여야 하나, 이와 별개로 미분무소화설비 기준에서는 설비 사용에 필요한 개별 부속장치 지침, 부식 실험 등 필요한 분야의 부속장치 검증 등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미분무소화설비 기준에서 제시하는 절차는 스프링클러 및 가스 설비 등 세계적으로 공인받는 대체 기술과 유사한 요건을 따르므로 그 신뢰성도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미분무소화설비의 유지 관리 요건은 기존 스프링클러 및 가스소화설비 유지 관리 요건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
앞으로 미분무소화설비에 대한 표준화된 유럽기준이 확립되면 유럽 내 소방 기술자, 관할 당국, 건축가, 보험 회사 등 많은 관계자들은 표준화된 기준을 참조하여 해당 제조사의 기준 준수 파악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지속 가능하며 친환경적인 기술을 적용하는 미분무소화설비가 점차 많은 건물에 설치될 것으로 기대된다.
번역. 이현경|정책연구소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