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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바라본 화재 확산 방지책 Ⅰ
제도적 고찰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화재가 있었다. 그중 필자의 머릿속에 남는 화재는 2017년 12월 21일에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2015년 1월에 일어난 의정부 대봉그린 아파트 화재다. 제천 화재는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발생하여 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낳았다. 필로티 구조 천장(반자 위) 속 배관 열선 작업 중 불이 나 건축물 내외부로 불길이 급속히 번졌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는 화재진압을 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의정부 대봉그린 아파트 화재 역시 제천 화재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아파트 주차장의 필로티 천장을 통해 건물 외벽과 상층으로 불길이 빠르게 확대해 소방대의 화재 진압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불어 관할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불은 이미 성장기를 지나 건물 전체로 확대되고 있었다. 그전에 현장에 도착하여 화마(火魔)와 싸워야 승산이 있는데, 여건이 따르지 않아 소방관에게 불리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화재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이 화재를 능히 제압할 수 있도록 하는 건축법령과 소방법령 개선사항은 없는지 관련 법령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제시해 본다.

1 건축법 마감재료 관련 규정

건물 화재는 일반적으로 실내외 장소에서 발화 후 화재가 성장하여 인접실과 상층으로 화염이 전파, 전체로 퍼진다. 따라서 건축법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화재 진행 단계별 방화(防火)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발화와 실내외 연소 방지를 위해 내외부 마감을 난연재료 이상으로 제한하고, 화재가 성장한 후 더 이상 전파하는 걸 막기 위해 방화구획 규정을 두고 있다. 아울러 많은 주민이 거주하는 아파트에는 발코니 설치 규정을 두어 화재실에서 상층으로 불이 전파하지 않게 하고 있다.

건축법 마감재료 관련 규정
건축물 마감재료의 범위
방화구획 종류

화재 발생 후 가장 중요한 건 거주자의 안전한 대피다. 이를 위해선 대피 장소·대피 동선인 비상구 접근로(Exit Access), 피난통로(Exit), 피난 배출로(Exit Discharge) 등은 화염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건축법에서는 화재 발생 시 거주자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안전 차수가 높은 장소의 마감 규정을 달리 정하고 있다. 즉, 거실의 반자는 난연재료 이상으로 하고, 안전차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복도나 통로·계단은 준불연재료 이상으로 설치하고 있다. 아울러 화재 시 인명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하는 용도(다가구주택, 공동주택 등)나 지하층에도 준불연재료 이상으로 내부마감을 하여 거주자의 대피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의정부나 제천 화재에서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피하는 출입구가 화재 발생 장소, 즉 1층 필로티와 마주하여 거주자의 안전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피 동선이 안전하지 못하다면 법령 개정을 통해 이 공간의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건축법 마감재료 규정 개선 방안

현행 건축법 제52조제1항은 건축물의 벽 및 반자, 지붕(반자가 없는 경우에 한정)에 한정하여 내부마감을 규정하고 있고, 천장(반자 위) 속 마감 규정은 별도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건축법 제52조제1항의 조문을 지붕(반자가 있는 경우 반자 위)으로 개정하여 천장 속(반자 위) 가연성 단열재의 사용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 제천 화재 당시 현장 도착대가 마주한 큰 불길

2 건축법 방화구획, 발코니 규정

발화 후 화재가 이미 성장했다면 화재를 구획실이나 일정한 공간으로 한정하여 화염이 더 이상 전파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방화구획은 화염의 확산을 막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수평 확산방지를 위해 방화문, 방화 셔터 등을 사용하고 수직 확산방지로는 내화 충전구조를 사용한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가 건물 중앙복도 승강장 부근에 설치된 통신 피트를 타고 수직 화염전파가 된 만큼 방화구획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화재 시 수평, 수직 방화구획만 잘되어 있으면 구획된 공간에서 타 공간으로 화염 확산을 1시간 정도 막을 수 있어 원활한 화재진압이 가능하다. 아파트에서는 방화구획 규정 이외에 상층연소방지를 위해 발코니 설치 규정을 두고 있는데,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의 입장에서 방화구획·발코니 설치만 잘 되어 있으면 불을 일정한 공간에 가둬놓고 싸우기 때문에 화마(火魔)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고 볼 수 있다.

■ 건축법 방화구획 관련 규정

건축법 마감재료 관련 규정
방화구획 종류
발코니 규정

그러나 생활공간의 편리를 위해 2005년 아파트 발코니 설치 규정을 완화하여 발코니 확장을 합법화하였다. 이는 방이나 거실을 넓게 사용하는 방편이나, 화재 시 창문을 통한 상층 연소가 빨라져 화재 공학적으로 매우 취약한 건물구조를 만들었다.
그 사실은 2016년 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과 천안 동남소방서가 공동으로 시행한 「아파트 발코니 유무에 따른 상층 연소확대 실물실험」 결과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발코니 비 확장 세대는 방에서 발화 후 18분경 화염이 방에서 발코니를 통하는 중문에 가로막혀 불길이 자연 소진한 반면에 발코니 확장 세대는 방에서 발화 후 분출한 화염이 7분 이내에 상층부로 퍼져나갔다. 이는 화재 초기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해도 성장기를 지난 큰 불과 마주하게 되며, 화재진압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국민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

건축법 방화구획, 발코니 설치 관련 의견

방화구획은 화염 확산을 막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기에 최초 적용과 유지 관리를 위한 방안을 정립해야 한다. 아울러 건축법에서 발코니 완화 조건에 따라 대부분 발코니를 미설치하고 있지만, 상층 화염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발코니 확장 합법화 규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 발코니 유무에 따른 실물화재 실험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 도착하여 화마와 싸워 이기기 위한 필수 요건은 건축법에 의한 방화(防火) 시설이다. 방화시설을 잘 설치해야 화재 확산을 지연시키는 건 물론, 거주자의 안전한 대피가 가능하다. 아울러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의 입장에서도 원활한 화재 진압이 가능하다. 필자가 건축물 마감재료, 방화구획, 발코니 등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하는 이유다.

글. 서주완 ∣ 중앙소방학교 예방행정교수, 소방기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