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대메뉴로 바로가기 바닥글 바로가기

아시아 선진 소방 시스템의 선두에 서다
홍콩 소방처(香港 消防處)

신속한 대응은 기본이다. 길이 좁고 건물이 밀집한 지형이지만, 탁월한 전략으로 활약을 펼쳐왔다. 2009년부터 서서히 최신형 장비를 갖추면서 엄격한 교육을 통해 우수 인재를 훈련해온 홍콩 소방처는 단연 아시아 선진 소방시스템의 선두에 서 있다.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소방관과 구조대원을 존중하는 데다 처우 수준 역시 높아 자부심이 대단하다.

[ 지역별 홍콩 소방국 외관과 내부(https://www.hkfsd.gov.hk) ]

우리나라에서 화재·재난 신고가 119라면, 홍콩은 999다. 흥미롭게도 영국과 같은 번호로, 지난 100년간의 식민 통치가 남긴 영향이다. 1997년 홍콩 반환을 거치면서 중국에 속해 있으나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국가 내 두 개의 제도)를 인정받은 특별행정구인 이곳엔 옛 문화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뒷돈 없인 소방 호스를 안 열어준다?…암암리에 이어진 부패를 매섭게 척결한 역사

[ 홍콩 소방처의 역사를 담은 설립 150주년 기념우표(https://www.hkfsd.gov.hk) ]

홍콩사람 가운데는 영국 통치 시절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일찍이 앞선 문물을 받아들여 고도의 성장과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선진 소방 제도 도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무엇이든 장점이 있다면 단점 또한 있기 마련이다.
초창기 홍콩 소방처는 빛나는 발전을 이룩한 만큼, 그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마저 감당해야 했다. 바로 차별이다. 영국계가 아닌 현지인은 일정 범위 이상의 승진이 어려웠다. 그 상한선이 비로소 풀린 건 반환을 앞두고서다. 1992년에 홍콩인 최초로 람첵유엔(Lam Chek Yuen)이 소방처장에 오르면서 속속 본국 출신의 임명을 진행했다.

[ 소방 홍보 드라마 <화속구병> 속 한 장면(http://gbcode.rthk.hk/TuniS/rthk.hk/special/fsd) ]

한편 암암리에 이어진 부패는 만만치 않은 걸림돌이었다. 예를 들어 소방대는 뒷돈 없이는 건물 안전 진단 등급 허가를 반려하기 일쑤였고, 심지어 위급 상황에 호스를 열어주지 않았다. 구급대는 대가가 있어야 출동할 지경이었다.
다행히 비리는 1974년 염정공서(廉政公署, 반부패 수사기구)가 발족해 매섭게 처리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지금은 소방·구급 공무원 채용과 운영 절차를 한 치 빈틈없이 철저히 관리해 직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해명할 수 없는 금품을 받은 증거가 있으면 업무에서 제외하는 건 물론,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받는다고. 역사에서 얻은 교훈으로 조직을 청렴하게 운영하니 시민이 기관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

소방처 내에 소방국과 구급국, 손발 척척 맞는 우리는 한 지붕 두 가족

[ 소방 홍보 드라마 <화속구병> 속 한 장면(http://gbcode.rthk.hk/TuniS/rthk.hk/special/fsd) ]

홍콩 보안부 소속인 소방처 내 소방국(消防局, Fire Station)과 구급국(救護點, Ambulance Depot.)은 별도의 독립 기관으로 존재한다. 소방국은 화재 진압·예방, 각종 긴급 구조, 구급 초동 대응, 안전교육·홍보 등을 전담하며, 구급국은 응급 처치와 간이 시술, 환자 이송, 기초 구급법 교육 시행 등을 맡는다.

[ 소방 홍보 드라마 <화속구병> 속 한 장면(http://gbcode.rthk.hk/TuniS/rthk.hk/special/fsd) ]

이 같은 시스템은 여러모로 이상적이다. 우선 채용 시 규모에 맞게 선정하니 인재가 부족할 염려가 없다. 또, 기관에서 원하는 역량에 따른 교육과 훈련으로 전문성을 보장한다. 더불어 맡은 소임이 분명해지면 구성원들의 자긍심이 한층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기관은 홍콩섬, 구룡반도, 신계 등 3개 구역에 각각 지방 본부를 두고 있으며 그 밑에 소방서와 구급서가 소속해 있다.

화재·재난은 물론, 수난 구조와 야생 원숭이 포획까지 능동적으로 대응

[ 초기 구급 대응용 오토바이(https://www.hkfsd.gov.hk) ]

어느 나라나 그렇듯 홍콩 소방처가 출동하는 사건 대다수는 화재와 재난이다. 특히 이곳 도심은 건물이 빽빽한 데다 좁은 골목길이 많아 자칫 작은 불씨가 크게 번지기 십상인 반면 소방차 등의 시설 접근성은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따라서 초기 대응용 오토바이나 소형 차량을 구비해 최대한 빠르게 사고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섬과 반도로 이뤄진 지역 특성상 수난 구조는 기본이다. 소방처 소속 심해잠수(深海潛水, Diver Unit) 팀이 담당하며, 2012년 홍콩 전력 선박-여객선 충돌 사고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조난자 전원을 무사히 구해낸 바 있다.
우리나라처럼 반려동물 관련 구조에도 나서는데 재미있는 건 야생 원숭이를 포획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는 점이다. 주로 야산에서 서식하는데 종종 등산객을 공격하거나 가방을 빼앗아 달아나는 탓이다.

신형 방화복, 휴대용 전등 장착 헬멧 등 새로운 장비 도입에 적극적으로 앞장서

[ 2009년부터 선보인 신형 방화복과 헬멧(https://www.hkfsd.gov.hk) ]

앞서 소개했듯이 소방처를 비롯해 홍콩의 모든 공공기관은 높은 청렴도로 정평이 나 있다. 비단 염정공서의 삼엄한 감사가 아니더라도 조직과 구성원이 스스로 긍지를 갖고 지켜나가는 덕분이다. 따라서 예산은 아주 투명하게 집행하는데, 의외로 쓰임새는 비교적 풍족하다.

[ 기능성과 기동성을 고려한 소방 · 구급 차량(https://www.hkfsd.gov.hk) ]

각별히 새로운 장비 도입에 적극적인 터라, 무더운 아열대 기후에 적합하게끔 기능성 원단을 사용한 신형 방화복은 2009년에 처음 들여와 3년 만에 전부 교체한 바 있다. 또한 2015년엔 휴대용 전등이 달려 화재 현장과 야간 구조 시 유리한 헬멧을 앞장서 보급했다. 소방·구급 차량은 크기와 기능별로 기동성 있는 모델을 구하고 개조해 알뜰하게 사용하고 있다. 비단 설비만이 아니라 전문 인재의 근무 여건도 여유로워 일주일에 2번 일하면 3번 쉬는 패턴으로 순환한다.

드라마 <화속구병>과 마스코트 ‘임하인’으로 시민 곁에 한 발 더 다가가다

[ 홍콩 소방처 설립 150주년 기념 행사(https://www.hkfsd.gov.hk) ]

지난 2018년 홍콩 소방처는 설립 150주년을 맞이했다. 기념행사에 최고위 지도자인 캐리 람(Carrie Lam) 행정장관이 참석할 정도로 높은 위상을 자랑하는 이 기관은 그간 다양한 방식의 홍보를 시도해 화제를 모았다.

[ 소방 홍보 드라마 <화속구병> 속 한 장면(http://gbcode.rthk.hk/TuniS/rthk.hk/special/fsd) ]

RTHK(Radio Television Hong Kong)와 함께 2010년 선보인 소방 홍보 드라마 <화속구병(火速救兵)>은 큰 인기에 힘입어 3기(2015년)까지 제작했으며, 2기부터 새로 도입한 방화복으로 대체해 생생한 현장감을 살린 바 있다.

[ 홍콩 소방처 마스코트 ‘임하인’의 심폐소생술 시범(https://www.hkfsd.gov.hk) ]

또, 임하인(任何仁(人), Anyone)이라는 마스코트를 만들어 널리 알렸다. 이는‘어떤 선행(사람)’이라는 이름의 캐릭터로, 청색 쫄쫄이 타이츠를 입었고 눈코입이 없다. 체형은 상황에 따라 통통하거나 보통, 혹은 말랐는데 특정 인물을 지칭하지 않기 위해서다. 즉, 누구나 소방처의 홍보영상과 교육을 통해 응급 시 대처하는 요령을 배워 도움을 베푸는 임하인이 돼 달라는 소망이 깃들어 있다. 다소 엉뚱한 행동을 할 때도 있으나 위급한 상황에서 지혜를 발휘하는 임하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소방처를 믿고 아끼는 시민들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

홍콩 소방처가 더 궁금하다면?

홍콩 소방처 공식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hkfsd.gov.hk/ ]
마스코트 ‘임하인’과 함께하는 심폐소생술(공포영화 패러디 ver.) 유튜브 영상

글. 오민영(소방안전플러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