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수기
- 특급 소방안전관리자 역대 최고 득점자 수기(2016년 제5회 합격) _ 이해경
안녕하세요. 지난해 특급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시험에 합격한 이해경 입니다. 난생 처음 소방이란 생소한 분야에 도전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시험합격 비법을 찾으려고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기도 했고요. 늘 허탕 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저만의 방법으로 차근차근 준비한 결과 특급 소방안전관리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특급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드리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30층이 넘는 부산의 한 주상복합건축물에 근무합니다. 처음부터 소방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지만, 재작년 특급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시험에 합격하신 관리소장님을 보며 나도 한 번 도전해보자란 마음이 생겼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특급 소방안전관리자로 선임되기 위해선 소방기술사 또는 소방시설관리사 자격이 있거나, 소방설비기사 자격취득 후 1급 대상처에서 5년 이상 소방안전관리자 실무경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는 특급 강습교육을 10일간 수료하고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등 특급 선임을 위한 현실의 벽은 매우 높습니다.
어느 날 관리소장님께서,“쉽지는 않겠지만...”이라고 운을 띄우시며 한국소방안전협회 부산지부에서 특급 소방안전관리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2016년 8월 무더운 여름에 특급 소방안전관리자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특급 소방안전관리자 교육을 접수하고 곧바로 협회 홈페이지에서 교재를 확인하였습니다. 우선 교재의 방대한 분량(2권, 약 900페이지)에 놀랐습니다. 생소한 용어들과 다양한 이론 및 실무내용에 주눅이 확 들었습니다.
당시 인터넷엔 시험이 어렵게 출제되고 시험 범위가 광대해 공부하기가 쉽지 않단 말들이 많았습니다. 솔직히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난감하기만 했고요. 한편으론 인터넷에서 하는 말들이 다 맞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특급 교육 수강 전 소방설비기사 인터넷 강의를 무작정 듣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생소하기만 했던 용어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알지는 못했습니다.
특급 소방안전관리자 교육이 시작되고 좀 더 구체적으로 시험과목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시험은 제1차, 제2차 시험으로 나뉘고 각 시험별로 제1~2과목에서 과락(40점 이하)이 없어야 했습니다. 제1차 시험은 4지 선택형(100문항)으로서 소방 및 재난관리법령, 연소이론, 소방안전관리 실무 및 점검으로 구성되고, 제2차 시험은 단답형, 기입형 또는 계산 문제를 포함하는 서술형 주관식(20문항)이었습니다.
우선은 수업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예습 ‧ 복습이란 단어를 고등학교 이후에 처음 머리에 떠올리며 실천했습니다. 교육 전날 내일 수업에 대비해서 무작정 교재를 읽었습니다. 처음에 막연하기만 했던 불안감은 수업이 진행되면서 차츰 봄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수업을 거듭하면서 자신감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상을 벗어나 낯선 사람들을 함께 공부를 한다는 것이 조금은 설레었습니다. 하지만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하루 8시간 동안 수업을 듣는 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교육생 중 아침 7시에 와서 수업이 끝나도 9시까지 빈 강의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가는 사람이 여러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 졌고, 보이지 않는 경쟁도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강의에 충실하기 위해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려고 노력했지만, 강의 내용엔 난해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하고 실무경험이 있는 주위 분들에게 자문도 얻었지만 명쾌한 답변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 수업이 끝나고 모르는 내용을 정리하여 협회 교수님들을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교수님들이 친절하게 가르쳐주셨고 많은 의문들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은 쉬는 시간을 모두 제게 뺏기시고 다음 강의를 다시 시작하시는 교수님께 죄송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복습은 주로 별도의 노트에 핵심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워낙 교재나 시험내용이 광범위해서 모두 암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대부분의 시험들이 그렇듯 핵심 내용 위주로 선별해서 내용을 요약하는 노트를 만들어 가며 복습을 진행하였습니다. 요약 노트라는 것이 정리해서 공부가 되는 면도 있겠지만,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미 머릿속에 절반은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작정 외운다는 생각보다는 중요한 내용위주로 선별해서 학습하시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강의 내용 중 이론부분에서는 조금씩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실무부분은 걱정이 앞섰습니다. 강의실에서는 자신들이 소방설비를 잘 알고 실제 점검도 해봤다고 큰 소리로 얘기하는 교육생이 더러 있었습니다. 제2차 시험을 위해서는 단순 암기식의 공부는 합격이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 말들도 제 불안감을 더 키웠습니다.
처음 소방시설의 구조원리 파트가 시작되고 소방시설이 제 머리위로 둥둥 떠다니듯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소방 기계설비에 대한 구조원리, 스프링클러설비, 펌프 성능시험 등에 대한 내용은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담당 교수님께서는 특급 소방안전관리자 교육은 과거처럼 단순 암기 위주의 지식을 측정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 안전관리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실무역량을 갖추도록 다양한 실습이 진행된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올해 시범운영을 통해 2017년에는 모든 소방안전관리자 교육과정에서 실무능력평가를 통과해야 교육을 수료할 수 있다고도 하셨습니다.
원래 부산지부는 자체 청사가 있어 실습시설을 갖추고 있었지만 청사 재건축 문제로 인해 지금의 임대 청사로 이전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소방시설에 대한 실습은 부산소방학교에서 진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소방시설에 대한 실습만 하면 실무역량이 저절로 높아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강의실에서 이론에 대한 내용을 충실히 선수 학습하고 현장 실습교육을 나오니 수월하게 실무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 소방시설을 접하기 어려웠던 저에게는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0일간의 강습교육이 끝났습니다. 10일이란 기간은 제법 길수도 있지만 특급 소방안전관리자로서 모든 것을 배우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교육생들이 비슷하게 느끼는 분위기였습니다.
강습교육을 통해 생소한 이론을 습득하고 현장 실무를 익혔지만, 강습교육은 특급 소방안전관리자가 되는 과정이지 결과는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고, 시험까진 2달여가 남았었습니다. 특급 강습교재와 교육기간에 틈틈이 정리한 노트를 중심으로 복습을 시작했습니다. 일부 부족한 이론부분은 소방시설 설계 및 시공 등 관련 서적을 참조했습니다.
특급 교육기간 알고 지냈던 교육생들과 함께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습니다. 예상문제를 만들어 오면 함께 문제를 풀어보며 시험 노하우를 공유했습니다. 무엇보다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서로 위로가 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급 소방안전관리자 합격소식을 듣고 너무 가슴 벅찼습니다. 지난 8월부터 시험이 있었던 10월까지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자격수첩을 발급받아 관리소장님과 회사 식구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줬습니다.
어느 날 부산지부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2012년 이후 시행된 특급시험의 역대 최고 득점자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1차는 86점이고 제가 그토록 걱정했던 2차는 91점이라는 말을 들으며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시험은 기술”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특급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시험은 정직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특급 소방안전관리에 필요한 법령 및 이론, 실무역량을 모두 겸비했을 때에만 합격의 영광이 주어지는 정직한 시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험을 통해 무슨 일이든 도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되는구나! 라는 자신감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옆에서 격려해 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