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이야기
‘불, 불, 불조심’이란 문구가 두드러지던 80년대 소방 포스터부터 소화기 사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오늘날 포스터에 이르기까지, 소방안전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노력은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하면서 꾸준히 이어져왔다.
한국소방안전협회도 소방안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안전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소방안전 표어·포스터·사진 공모전’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화재 예방의 필요성 등 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표어와 포스터를 비롯해, 화재·구조·구급 등 재난현장 활동과 안전문화를 주제로 한 사진이 공모 대상이다.
지난 9월에 개최된 공모전에서는 포스터와 사진 각 부문 15개, 표어 부문 14개의 수상작이 선정되었다. 대한민국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모였던 이번 공모전의 수상작들을 살펴보며 소방안전에 대한 의미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포스터는 공모 주제와 메시지를 누구나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주목성과 명시성이 높아야 하고, 독창적인 내용을 단순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시각화해야 하는 특징을 가진다. 올해 공모전 포스터 부문에서는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예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표현한 작품들이 많았다.
대상작 <소화가 빠른 안전상비약>은 소화기를 알약 소화제 형태로 디자인해 메인 이미지로 내세웠다. 특히 위트 있게 표현된 문구가 시선을 끌게 한다. 화재발생 초기에 소방차와 맞먹는 효력을 가진 소화기를 안전상비약 같은 생활안전 필수품으로 표현하고 설치를 권하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은상을 수상한 <화재정지>도 소화기를 이용한 초기 화재진압의 중요성과 가구 내 소화기 비치를 강조하는 작품이다. 화마를 재생버튼과 빨리 감기 버튼으로, 소화기 두 대를 일시정지 버튼으로 표현해‘화재를 가장 빨리 멈추는 방법’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했다. 동상작 <안전을 깨우는 화재감지기>는 심야시간 화재발생을 인지하는데 꼭 필요한 화재감지기를 알람시계처럼 형상화해서 메시지에 대한 설득력을 높였다.
첫 세 작품이 소방시설 설치의 중요성과 화재예방이 최선의 행동요령임을 전달한다면, 위 작품들은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두 작품의 제목을 이어보면 또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작은 불씨라고 방심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
금상작은 성냥개비의 작은 불씨를 개인과 공공의 재산으로 표현했고, 동상작은 모래시계 속 모래 대신 불길을 담아내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이 화재도 다신 되돌릴 수 없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발생한 화재 444,734건 중 214,394건이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각심 강조형의 포스터가 계속해서 주목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스터가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면 사진은 직접적으로 재난의 순간을 담아내거나 현장의 실상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큰 울림은 즉각적이고도 생생하다. 그래서 스쳐 지나며 보게 된 화재사진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무의식은 그 사진을 오래 기억하게 된다. 일종의 학습효과다. 뇌리에 남은 화재 사진 속 한 장면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치로 작용하기 때문에 재난현장 활동에 관련된 사진을 공모하는 것은 이러한 취지에서 비롯된다.
대상을 받은 <목숨을 건 각오>는 화재현장의 긴박함과 소방대원들의 사투를 생생히 담아내고 있다. 소방관의 모습은 검게 그을린 방화복과 마스크로 가려져 있지만 그 너머에 감도는 비장함마저 숨길 수는 없다. 타인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에 뛰어드는 행위는 자기희생의 각오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대상작은 소방대원들의 목숨을 건 출정현장을 담아내며 우리로 하여금 화재현장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금상 <마지막 불씨 하나까지>와 은상 <또 하나의 사투> 역시 소방대원들의 사명을 표현하는 현장 사진들이다. 금상작은 화재현장에서 그야말로 ‘마지막 불씨 하나까지’ 잡아내고 있는 대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건물이 전소된 현장은 화재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고스란히 드러내 준다.
은상작 <또 하나의 사투>는 불법 주정차 된 차량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곤란한 상황에서 한 소방관이 주차차량을 온 몸으로 밀어내는 장면을 포착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불법 주정차하는 공간이 소방통로일 수 있고, 누군가의 생명을 좌우하는 갈림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순간이다.
동상작 <연기 속 탈출은 이렇게>와 <화재대피 훈련>은 아이들이 안전체험을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평상 시 화재대처 방법을 배우고 많은 경험을 통해 안전을 체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피에도 요령이 있고 이 요령을 몸에 익히는 연습을 해야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안전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표어의 사전적 풀이는 ‘주의, 주장, 강령 따위를 간결하게 나타낸 짧은 어구’를 뜻한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표어는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담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그 의미가 통한다.
널리 알려진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표어는 그 등장 시기를 명확히 알 순 없지만, 1949년 신문(4월 19일자, 경향신문)에서도 이 표어가 확인되는 것을 보면 화재예방 표어계의 시조라 할 만하다.
올해 공모전에서는 총 14편의 표어가 다음과 같이 선정되었다. 소방안전을 생활화하고 실천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작품들을 통해 소방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자.
글. 소방안전플러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