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소방소식
평범한 취업준비생에서 청년 사업가가 되기까지,
파이어마커스 이규동 대표
노량진에서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한 평범한 취업준비생이 있었다. 아버지가 소방공무원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소방학과로 진학했고 역시 소방공무원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일상과 반복되는 하루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 이 길이 내 길일까,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정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고민이 됐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창업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창업 아이템들에 대해 알게 됐고, 소방폐자재들로 제품을 만들어 수익금 일부를 소방 복지에 기부한다는 영국의 패션 브랜드에 대해 알게 됐다. 한국에서도 이런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2014년 4월, 창업에 들어간다. 바로 파이어마커스 이규동 대표의 창업 스토리이다.
이번 <색다른 소방소식>에서는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을 입혀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패션, 안전. 세 가지 키워드로 소방공무원들의 처우개선과 명예를 드높이는 가치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청년 사업가, 이규동 대표의 뜨거운 이야기를 소개해 본다.
폐소방호스를 이용해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로 창업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영국의 Elvis & Kresse 라는 브랜드를 참고 했다는 인터뷰를 봤는데 어떤 부분을 벤치마킹했는지 또 파이어마커스만의 장점이라고 할까요. 독창성을 위해서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규동 대표) 소방서에서 버리는 소방호스로 가방을 제작하고 판매수익금 일부를 소방복지에 기부한다는 부분을 벤치마킹하였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을 배운 적도 재봉을 해본 적도 없었기에 인터넷으로 재단이나 재봉하는 영상들을 보며 열심히 공부했고, 가방을 만들어 줄 공장을 찾는데도 6개월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처음 가방을 만들어 창업 자금을 지원받을 때는 소방공무원이신 아버지께서 공업용 재봉틀로 가방을 만들어 주시는 등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저희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방 박음질이 뜯어지는 등 초보적인 실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20년 된 재봉 장인께서 저희 제품을 만들어주고 계십니다. 가방 본연의 기능을 살려서 최대한 심플하게 만들려 노력하고 있고, 라벨/안감/지퍼 등의 디테일에서 퀄리티를 높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소방공무원을 준비했던 평범한 취업 준비생이었는데요. 창업을 해보자는 의지를 갖고 구체화해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또 소방공무원이신 아버님이나 은사님,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규동 대표) 처음 창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위험하더라도 안정된 소방공무원을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씀을 하셨고 주변 친구들에게는 아예 사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사업이 안정화 되고 지속적인 성과가 있으면 그때 알려도 늦지 않겠지 라고 생각해서 꾸준히 사업을 진행해나갔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2,500만원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창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와디즈펀딩사이트와 피키캐스트 등을 통해 다양한 펀딩을 받았고 선 주문, 후 제작을 하게 되어 수익이 조금씩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피키캐스트의 경우 조회 수가 50만건으로 1,500만원 정도 매출이 발생했는데 가방을 만들어 발송하기까지 두 달 정도가 소요됐는데도 많은 분이 뜻이 좋다며 기꺼이 기다려주셨어요. 사업이 조금씩 진행되면서 부모님도 가치를 인정해주셨고, 호서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김시국 교수님께도 사업을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후 아버지와 김시국 교수님 모두 소방서에서 폐소방호스를 수거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현재 파이어마커스는 업사이클링, 패션, 안전. 이 세 가지가 사업 키워드인데요. 폐소방호스가 평범한 재료가 아니어서 재료 수급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이규동 대표) 처음에는 아버지와 함께 소방서를 다니며 직접 폐소방호스를 수거했습니다. 약 300개 정도의 폐소방호스를 수거해서 1t천개 정도의 제품을 제작했는데 금세 폐소방호스가 떨어져서 제품 생산을 못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먼저 연락을 주시는 소방관들도 계시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서울소방재난본부와 협약도 체결할 예정입니다. 보통 10월에 폐기하는 경우가 많아 분기별로 수거를 할 예정입니다. 수거한 폐소방호스는 세척 과정을 거쳐 재단, 다림질, 재봉 등의 과정을 거쳐 가방으로 탄생합니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하나를 사더라도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려는 ‘가치 소비’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파이어마커스도 많은 주목을 받는 것 같은데요. 소방공무원들의 처우 개선과 명예를 드높이는 한편, 이윤 추구라는 기업 본연의 목적. 이 두 가지 목표를 어떻게 균형을 맞춰가며 운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규동 대표) 저희도 아직은 맞춰가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업이고 2014년도에 창업한 스타트업 회사이다 보니 현재는 이윤 추구에 더 많은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매출이 안정적으로 발생되어야 지속해서 소방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에 힘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사업이 힘들어질 때마다 조금씩 매출이 발생하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베스티안화상재단 및 한국소방복지재단과의 협약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소방 패션쇼도 개최하셨다 들었습니다. 어떻게 진행하시게 된 건가요?
(이규동 대표) 패션브랜드는 패션쇼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누군가가 하더군요. 그래서 2015년도에 소방 패션쇼를 열게 되었습니다. 기왕 패션쇼를 하는 거 단순한 패션쇼가 아니라 재미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싶어 제안서를 만들어 소방서를 찾아다녔는데, 서울시 동작 소방서에서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동작 소방서 소방관들께서 화재 현장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셨고, 오영환 소방관님이 소방관의 삶에 대한 강연도 해주셨습니다. 마무리로 소방관들이 입으시는 방화복이나 근무복을 패션적으로 재해석하여 패션쇼로 진행했습니다. 건국대 의상학과와 서경대 모델학과 학생분들이 재능 기부식으로 도와주셨어요. 쇼를 시작하기 전 소음으로 피해가 될까봐 인근 주민들에게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방송을 했는데 오히려 방송 덕분에 인근 주민 200여분이 참석해주셨어요. 평소 소방서를 방문할 기회가 없는데 패션쇼 덕분에 소방서 구경도 하고 소방관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며 좋아하셨어요.
사업적인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현재 파이어마커스의 주력 상품은 가방인데요. 좀 더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보통 상품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이규동 대표) 가방 이외에 캠핑용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캠핑용품의 경우에는 캠핑톡이라는 쇼핑몰을 통해 내년 1월 폐소방호스를 이용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상품 아이디어는 온라인 검색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입니다. 디자인 소화기 상품을 출시하거나, 소방관의 기도문이나 First in, Last out의 글이 적힌 티셔츠 등을 판매하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이들 상품을 좀 더 업그레이드할 예정입니다.
지금 현재 인력 구성이나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이규동 대표) 현재 정규직원은 세 명입니다. 저는 대표로 경영/마케팅/기획 등을 담당하고 있고, 디자이너는 시각 디자인 및 제품 디자인을 담당하며, 총괄 매니저는 전반적인 부분의 실무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유통협업으로 두 명의 직원이 아웃소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홍보가 안 돼서 팔리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어떤 마케팅을 활용하고 계신가요?
(이규동 대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통해 꾸준히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과거 SBS <심장이 뛴다> 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최우식, 조동혁, 전혜빈 씨가 저희 브랜드를 응원하는 영상을 촬영해주셨고, <태양의 후예>에 나오셨던 진구 씨도 저희 브랜드를 응원해주는 영상을 촬영해 주셨습니다. 최근에는 인기 아이돌그룹 워너원의 김재환 씨가 저희 First in, Last out의 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 한해 이루신 일 중에 가장 보람되고 기뻤던 일, 반대로 아쉬웠던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고, 또 내년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이규동 대표) 창업을 시작하고 2, 3년 동안은 생산, 유통, 마케팅, 판매 등을 열심히 익히고 배우는 시기였습니다. 작년에는 저희가 준비했던 폐소방호스 제품들이 전부 소진되어 폐소방호스가 없어서 신규 제품 출시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안정적으로 폐소방호스들을 수급 받아 신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이베이를 통해 제품도 판매할 예정이고 다양한 BTB사업도 진행할 생각입니다. 적은 인원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프로젝트 등을 기획할 때 역량이 부족해 많은 일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내년에는 가방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사업이 좀 더 안정화 되어 지속적이고 꾸준한 소방처우 개선 문제와 시민들의 안전 캠페인에 힘을 쓰고 싶습니다. 소방관분들이 항상 당부하시는 말씀이, 사고가 나서 수습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사고가 나지 않도록 예방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시민 개개인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 제품들도 열심히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인터뷰. 이규동 | 파이어마커스 대표
글. 소방안전플러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