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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30일 새벽 두시. 서문시장은 조용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이곳에 화마라는 불편한 손님이 찾아옵니다. 껌껌했던 시장에 불길이 일어나고, 곧 무섭게 번져나갑니다. 새벽시간, 시장에 설치된 CCTV 영상은 화재의 초기단계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일어나면 큰 불, 전통시장 화재

화재를 키운 가장 큰 문제는 이곳이 전통시장이었다는 점입니다. 작은 점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정겨운 모습은 시장의 큰 매력이지만, 반대로 너무 가까이 붙어있다는 점에서 불이 번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문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화재가 난 곳은 서문시장의 제4구역, 섬유 가게와 옷가게들이 밀집돼 있는 곳이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화재가 발견된 뒤에도 무려 50시간동안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화재발생시각이 새벽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새벽시간이라 인적이 드물다보니 화재를 발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대응하기에도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전통시장, 특히 서문시장 화재는 어제 오늘일이 아닙니다. 1950년 이후로 약 17건의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해 많은 인명 및 재산피해를 입혔습니다.

지난 60년간 화재 발생 17건, 화재원인 난방.전기합선 47%, 기타 53%, 발생계절 봄,여름,가을 4회, 겨울 13회
  • 1951년 10월 20일, 재산피해 1억4,000여만원 (원인 : 방화)
  • 1952년   2월 24일, 재산피해 5억3,500만원(점포 4200개 소실) 사망 1명 (원인 : 촛불)
  • 1952년 12월 26일, 재산피해 15억원, 부상 3명 (원인 : 화롯불)
  • 1960년   2월   5일, 재산피해 536만원 (원인 : 촛불)
  • 1960년   6월 16일, 재산피해 46억8,700여만원(점포 63개 소실), 경상 34명 (원인 : 유류)
  • 1961년   2월 15일, 재산피해 2억4,300여만원, 소방관 1명 부상 (원인 : 불명)
  • 1961년   2월 15일, 재산피해 4,777만원 (원인 : 불명)
  • 1967년   1월   1일, 재산피해 1억8,600만원(점포 372개 소실), 소방관 1명 부상 (원인 : 전기)
  • 1968년 11월   3일, 재산피해 9,800만원 (원인 : 난로가열)
  • 1970년   2월   4일, 재산피해 100만원 (원인 : 난로가열)
  • 1975년 11월 20일, 재산피해 20억여원(점포 1,900여개 소실) (원인 : 담뱃불)
  • 1976년 12월 17일, 재산피해 11억4,000여만원(점포 650여개 소실) 6명 부상 (원인 : 성냥불)
  • 1977년   2월   4일, 점포 150개 소실 (원인 : 불명)
  • 1978년 12월   1일, 재산피해 1,100만원 (원인 : 불명)
  • 1997년   7월 30일, 재산피해 1억4,000여만원(점포 9개 소실) (원인 : 전기합선)
  • 2005년 12월 29일, 재산피해 1,000여억원(상인 추정) (원인 : 전기합선)
  • 2016년 11월 30일, 점포 500개 이상 추정 (원인 : 조사중)

전통시장을 가본 독자라면 아시겠지만 많은 가게들이 아직도 겨울철에 난로를 사용하고 있고, 오래된 시설이라 전기시설이 많이 노후돼 있습니다. 이는 전통시장 화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기합선 화재와 난롯불 화재의 원인이기도 됩니다. 위의 서문시장 화재이력에서 확인할 수 있듯 11월에서 2월 사이, 즉 겨울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 건조한 겨울철에 난로사용 등 난방이 늘어나니, 화재의 주원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통시장은 고질적인 노후시설 문제와 많은 가게 수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많은 소방전문가들이 고민을 하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출처 : 화재사례를 통하여 고찰한 전통시장 소방안전에 관한 연구, 김흥식, 서울시립대 석사 논문

구분현행 소방안전대책 및 개선방안
자율화재예방
(상인참여)
  • - 시장자율소방대운영, 명예소방관 위촉
  • - 소화기·소화전 사용훈련
  • - 정기순찰, 야간순찰
유관기관
협의체 구성
  • - 정기적인 분야별 안전점검
  • - 소방 및 기타 안전시설 점검관리
  • - 필요시 합동 간담회 등
화재예방활동
  • - 전기, 가스 규격품 사용 지도
  • - 난방기구, 전열기, 이동식난로사용 주의
  • - 소방통로확보, 진입장애 물건이동, 소화전 인근 주변 주차단속 지속실시
소방안전관리
활동 강화
  • - 속보설비, R형수신기, CCTV 지구사이도로변 설치
  • - 경비원 소방대응 훈련, 소화기, 기타 소방시설 사용법 숙지 및 관리상태 확인
  • - 방화구획(방화문) 관리, 피난통로 및 계단의 안전도 확인(가연물 적재 등)
소방안전시설
권장 대책
  • - 점포별 소화기 비치
  • - 스프링클러 적용 여부 판단(준비작동식)
  • - 연결송수관, 연결살수설비 송수구 관리 확인
  • - 자동화재탐지설비, 비상경보설비, 비상방송설비(앰프)
  • - 자동화재속보설비, 단독형화재경보기
  • - 수신기 위치 일원화
  • - 방화구획 확인 : 방화문 관리, 층간방화구획, 피트·덕트 구획 적용 필요
  • - 아케이드 지붕재료, 차양재료, 점포별 칸막이벽은 난연성능 이상 사용
  • - 아케이드 연기배출구는 자동, 수동 개방가능하게 설치
  • - 아케이드 유지보수 및 소방대 접근가능한 구조로 설치
소방활동공간
확보
  • - 소방차, 특수차 진입을 위한 주차장 시설 확보
  • - 아케이드 높이 지면에서 6m 이상 확보
  • - 교차로부분 소방차량 회전반경 10m 이상 확보
  • - 내부통로 좌우측에 황색선 표기 (최소 4m 이상확보)
  • - 이동식 가판대 설치 권장 (바퀴 달린 방식)

전통시장,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전통시장 화재피해,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불이 났을 때 신속하게 불을 끈다면 화재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전에 예방한다면 전혀 피해를 입지 않겠죠. 화재예방은 소방안전의식이 크게 관여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소방안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집집마다 의무적으로 소화기를 비치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특별한 의무 설치기준이 없습니다. 전통시장 내 상가가 일정 규모 이상일 경우 의무 적용되는 소방시설은 존재하지만, 그 미만일 경우 소방시설 설치는 의무가 아닙니다. 작은 규모의 상가와 노점이 대부분인 전통시장은 여전히 화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설마 불이 나겠어?’란 생각으로 대부분 30년 이상 지내왔습니다. 소화기 한 대 없이 말입니다. 물론 지속적인 화재예방캠페인 영향으로 최근 들어 소화기 설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합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소방안전에 대한 의식을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화재안전기준(NFSC 101)에 따라 구획실 내 소화기구 설치기준은 바닥면적 33㎡입니다. 한 점포 내 바닥면적이 33㎡가 되지 않는다면 소화기구 설치는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해서 없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소화기는 초기소화활동이나 인명과 재산피해 예방 등 화재안전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소방시설입니다. 따라서 각 점포 안이나 노상 벽면 등 일명‘보이는 소화기’형태로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해 누구나 언제든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전통시장에서 주의를 요하는 부분은 전기화재입니다. 전통시장 화재는 날씨가 추워지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요, 이는 난방을 위한 전기 사용량의 급증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노후화된 전기시설의 잘못된 사용, 복잡하게 꼬인 관리되지 않은 전기설비, 과전류차단기가 부착되지 않은 멀티탭의 문어발식 사용,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시행된 임기응변식의 무면허 전기공사 등이 전통시장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성원 대부분이 생계형 상인이라 올바른 안전의식 교육과 실천에 한계가 있고, 노점상의 도로 점유로 인한 소방도로 미확보, 이미 설치된 안전시설의 사후 관리 미흡, 안전경비 시스템과 시설관리 전문 인력의 부족 등이 취약점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전통시장은 방화구획 및 연소 확대 대비시설 부족 등 건축구조적 특징과 포목, 의류 등 화재시 급속한 연소 확대로 이어지는 가연물이 많아 화재하중이 크고, 이로 인한 피해도 많지만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가 부실하며. 소화활동 역시 어려운 형편입니다. 전기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노후된 전선 및 전기설비 교체 등 전기시설의 현대화와 전기설비의 정기적인 점검, 올바른 전기사용요령 교육, 소화기 사용법 등 소방교육 강화가 필요합니다.

소방에서 ‘소화기 일십백천’이란 말이 있습니다. 한 대의 소화기로 십초 안에 대응하면 백대의 소방차 효과로 천 명을 살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소화기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굳이 의무사항이 아니더라도, 내 점포, 내 시장에 소화기를 구매해 비치하는 것은 안전을 위한 든든한 보험이자 투자입니다.

▲ 서문시장 화재현장

화재예방을 위한 길은 다양하다

소방안전의식 개선의 보편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바로 교육과 캠페인입니다. 노후시설로 인한 전통시장 화재는 사건 때마다 언급됩니다. 하지만 전통시장의 특성상 이를 한 번에 바꾸기란 어렵습니다. 겨울철이 되면 여기저기 붙어있는 소방포스터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화재발생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고, 예방을 위해서는 우리의 소방안전의식과 지속적 관심이 필수입니다. 특히 전통시장의 경우 점포 하나에서 시작된 불이 시장 전체로 번지기 때문에 모든 점포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소방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며 주기적으로 실시돼야 합니다.

한국소방안전협회는「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제20조의 2에 따라 전통시장 위탁점검 안전전문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여러 안전기관과 합동으로 전통시장 안전점검을 지속 실시해왔으며, 특히 2013 ~ 2014년엔 전국 701개 시장을 대상으로 ‘전통시장 화재안전진단’과 ‘소방안전교육’을 대대적으로 실시하였습니다. 작년엔 화재취약시설 지원을 위한 기부금품 모집사업도 진행해 전통시장 16곳에 소화기 1,754개를 보급하며 화재예방캠페인을 실시하였습니다. 화재예방을 위한 길은 다양합니다.

불조심 예방이 최선의 방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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