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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혁명

스마트 기술 발전은 삶의 편리성을 획기적으로 증진하고, 화재·인명 안전을 위한 건축물 시스템 구축에 이바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기술을 우리 생활 도처의 다채로운 분야에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활발해졌다. <스마트 홈 기술과 주거의 결합>, <호텔업계를 리모델링하는 10가지 스마트 기술>, <스마트 기술을 통한 요식업계 복지 증진 방안>, <스마트 기술의 음료업계 개선> 등이 최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이유다.

‘스마트 기술’을 구글 검색창에 입력하면 나타나는 결과는 약 41억 개로, ‘미국시민전쟁’이라는 키워드로 얻는 정보보다 무려 8.5배나 많다. 이처럼 대중이 열광해 마지않는 스마트 기술이란 대체 무엇일까.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전자기기를 일컬으며 인터넷과 연결해 다른 유사 기기 혹은 시스템과 통신하는 기능을 갖췄다.

스마트 기기와 화재·인명 안전과의 결합은 지난 2012년 NIST(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스마트 소방 프로젝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재로 인한 사고와 건물 내 사망, 부상, 재산 손실 등의 감소를 위해 마련한 이 프로젝트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5년 프로젝트 보고서 ‘스마트 소방을 위한 연구 로드맵’을 통해선 스마트 기술에 대한 주목이나 관심에 비해 제품·시스템 제조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 4년 후엔 해당 기술의 잠재성을 인식해 관련 기준을 수립했다. 이에 힘입어 제조업계가 시장에 관련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다행히 건물 안전 전문가들은 화재·인명 안전 건물 시스템의 스마트 기술 사용에 호의적이다. 위험 감소, 데이터 축적, 기기 효율성 증대 등 각종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효율성 측면

NFPA(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 미국방화협회) 20 「화재예방을 위한 펌프 설치 기준」은 작동 중인 소방펌프 케이스의 열에 관한 요건을 포함한다. 그런데 점검 담당자가 소방펌프실의 펌프 케이스 온도를 직접 확인하는 기존 방식은 다소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피부 표면으로 느끼는 열 감지는 사람에 따라 다른 까닭이다.

이러한 물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환으로 스마트 기기를 펌프 케이스에 부착하면 열 수치를 실시간 파악해 시설 관리자에 데이터로 전송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화재·인명 안전을 위해 이뤄지는 검사는 전체 건물 시스템의 25~35%에 불과한 실정이다. 자격이 있는 검사자 수에 비하면 큰 수치이지만, 컴퓨터 모니터링을 이용하면 문제없다. 물론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원거리 현장 인력 투입 대비 편리와 효율성의 혜택이 더욱 크다.

소방펌프 케이스 온도, 소방 스프링클러 설비 내 수압 등을 원거리에서 모니터링하기 위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려는 화재·인명안전 분야에서의 행보는 화학·가스업계에 비해 매우 뒤처져 있다. 그러나 소방업계가 점차 관심을 가지면서 관련 기술의 발전과 기준 개정에 힘쓰고 있다. 또, 각종 업계와 건물 소유주, 정부 등이 건물 시스템에 스마트 기술을 응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 기술은 미래 예측의 정확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점검, 시험, 시설 유지·인명 구조 등에서도 제 몫을 단단히 해내고 있다. 예를 들어 스프링클러 수압과 유동률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기술로 30분간 분당 500갤런(약 1,893L)의 물을 발사하는 측정값 등의 데이터를 화재 발생지점 지휘자에게 제공한다면 관계자 업무 수행의 정확성은 높이고 위험성은 덜 수 있다.

그 밖에 2009년 NFPA 101 「인명안전기준」 요건에 도입한 ‘상황 인지’ 개념과 상통하는 재실자 모니터링 사례가 있다. 일례로, 계단 출구에 원거리 영상 모니터링 기기를 두고 재실 공간으로 통하는 계단의 혼잡성을 파악해 재실자에게 피난 방향을 조언하는 방법이다. 또, 화재 시 건물 내 재실자 여부, 스마트폰을 통한 위치 추적 등의 기술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리빙 스마트(Living Smart)

상업적 용도의 스마트 기술 외에 주택에 적용하는 기술을 한창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 홈 전문기업 네스트(NEST)의 스마트 화재경보기는 인터넷과 연동해 재실자의 스마트폰으로 경고음을 보낸다. 즉, 집에 사람이 없어도 화재 발생 시 소방서에 통보해 재산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연기 감지기의 배터리 잔여 상태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해 유지 관리가 한결 용이하다.

NFPA는 앞서 소개한 스마트 화재경보기와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갖춘 미래 주택의 기술 쇼 케이스를 엑스포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미래 시장의 주택 스마트 기술 이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참여자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2015년, FPRF(Fire Protection Research Foundation, 화재방지연구재단)는 캘리포니아에서 스마트 홈 서밋(Smart Home Summit)을 주최했다. 당시 열린 회의에선 구글부터 스타트업 기업에 이르기까지 스마트 혁신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였다. 그러나 기업만의 성과에 그치기보다는 건물 안전 전문가를 비롯한 소방업계 또한 스마트 혁신을 주도하고 관련 기기를 현장에 도입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발전을 저해하는 장벽

NFPA 기술위원회는 스마트 기기로 스프링클러 설비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요건을 포함하기 위해 2017년과 2018년에 NFPA 25 기준을 개정했다. 또, 2019년엔 NFPA 20·13·14 기준에 기술 요건을 반영했다. 더불어 NFPA 70 기준을 신속하게 바꿔 가는 과정에 있으며 NEC(National Electrical Code, 국제 전기 코드) 2020에선 PoE(Power over Ethernet, 이더넷 전원 장치)에 관한 요건을 더욱 추가할 예정이다. 여기서 PoE는 데이터를 전송하고 전력을 공급하는 커뮤니케이션 케이블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스마트 기기로, 스마트 건물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새로운 기기의 발명이나 사용에는 그에 적합한 기준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같은 NFPA의 활동은 화재·인명 안전 건물 시스템에 스마트 기술을 녹이기 위한 큰 발자취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기술 발달의 기초 단계에서 새 기준을 널리 전파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건물 소유주가 값비싼 인테리어 대신 안전을 위한 첨단 소방설비에 비용을 들이기 주저할 수 있으며, 여전히 신기술에 대한 신뢰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기기로 인한 사생활 침해나 보안 등에 대한 이슈도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다. 우선 재실자의 움직임을 살피는 영상 시스템 설치 시 실내에 공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 데이터 수집, 보호, 전파 등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더불어 스마트 기기의 해킹을 예방하는 조치에 대한 지속적 방안 강구가 절실하다.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곳곳에 있으나 화재·소방시설 장애로 큰 손실을 경험한 건물주라면 사고 예방을 위한 통보와 모니터링 기술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2015년 일어난 켄터키 주(州) 루이스 빌 창고 화재는 소방펌프와 스프링클러의 작동 오류로 1억 1,000만 달러(한화 1,314억 원)가량의 막대한 손실 비용이 발생했다. 만약 스마트 기기로 미리 점검할 수 있었다면 관계자나 소방기관의 조치를 거쳐 예방할 수 있었던 사례다. 안타깝게도 이처럼 사전 조치만으로 화재를 방지할 수 있는 케이스는 오늘날에도 빈번히 발생하곤 한다.

그렇기에 건물 설비에 대한 스마트 기술 운용의 일반화는 가까운 미래에 화재 조사관계자와 건물주에 상당한 이득으로 돌아오리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초년기부터 스마트폰을 비롯한 신기술을 익숙하게 경험한 젊은 세대가 점차 성장할수록 스마트 기술은 더욱 앞서 발전할 수밖에 없다.

글. 안젤로 베르조니 ∣ NFPA 저널 기자

번역. 이현경 ∣ 한국소방안전원 정책연구소 연구원

출처. NFPA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