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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소방청을 상징하는 로고 / ⓒ Netherlands Fire Service

행복한 나라의 열혈 소방관,
안전하고 즐거운 도시를 실현하다

네덜란드 소방청

더치페이(Dutch Pay)의 원조로 알려진 만큼 계산에 철저하지만, 화재 대응과 안전 앞에선 주저 없이 두 팔을 걷어붙인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약 3만 명의 소방관 가운데 자원봉사자가 무려 80%에 달하는 이유다. 각 시(市)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최신 장비와 전문 교육으로 무장한 네덜란드 소방대는 유럽에서 단연 으뜸으로 손꼽히고 있다.

암스테르담 소방대 합동 훈련 / ⓒ Brandweer Amsterdam

대가 없이 오로지 사명감에 의지해 위험한 화재 현장을 넘나들며 인명을 구한다. 정규직 소방관보다 자원봉사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네덜란드 소방대의 위상이다. 다만 전체 통계에서 암스테르담(Amsterdam), 로테르담(Rotterdam), 헤이그(Hague) 등의 대도시는 예외다. 고층 빌딩이 많아 특수한 소방교육을 필요로 하는 까닭이다. 상대적으로 건물 층수가 많지 않고 수습이 손쉬운 지방에선 시민의 단단한 지지에 힘입어 소방대를 운영한다. 특히 북부 프리슬란트(Friesland)주에 속한 항구도시 하흘링흔(Haringen)은 전 소방대원이 봉사자로 이뤄져 있다.

지역사회를 위해 앞다퉈 나서는 자원봉사 소방관의 자부심

돈독한 사이를 자랑하는 네덜란드 소방대 / ⓒWorld Police & Fire Games

직업 소방관이 아니라면 일정한 세금 감면 이상의 보상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게다가 매월 나오는 최대 150유로(한화 약 20만 원)의 보조 활동비는 무직에 한해 지급한다. 따라서 소방대 소속 자원봉사자 대다수가 생계를 위해 따로 본업을 두고 있다. 그러나 불만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지역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기에 앞다퉈 나선다.

지역에서 소방관으로 활동하기 위해선 엄격한 교육과정 이수는 기본이다. 우선 서류 · 면접 전형에 통과해 봉사자로 인정받은 다음, 6개월간 수습 과정에 들어선다. 본격적인 소방 교육은 여건에 따라 ▲기본 소양 1년 ▲소방 기술 습득 1년 ▲위험 물질 취급 관련 교육 6개월 등의 순서로 시행한다. 총 2년 6개월의 기간을 모두 거쳐야 비로소 정식 대원으로 동참할 수 있으며 그전까지는 각자 배운 과정에 해당하는 업무만 할 수 있다.

여성 소방관은 전체 비율 중 5% 이상을 차지한다. / ⓒBrandweer Amsterdam

교육 훈련과 설비에 대한 비용은 전적으로 시 정부의 몫이다. 예산이 허락하는 한 최신 장비 구축에 힘쓰며 신설 시 사용법과 안전 주의사항을 신속히 숙지하도록 독려한다. 이처럼 체계가 명확하니 시민의 참여와 호응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자원봉사 가운데서도 소방은 독보적인 결속력과 자부심으로 뭉친다.

실수에서 배우는 창의적 교육훈련…화재 현장의 유해 물질엔 철저히 대응해

실제와 유사하게 이뤄지는 소방 훈련 / ⓒBrandweer Amsterdam Amstelland

한편 대도시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정규직 소방관은 전문 기관의 교육 커리큘럼을 따른다. 대표적으로 남부 도르드레흐트(Dordrecht)에 위치한 스피넬 안전센터(Spinel Safety Centre)에선 2만 5,000㎡ 규모의 대형 훈련장에 주택을 비롯한 선박, 철도, 산업시설 등을 갖추고 재난 현장과 유사하게 시뮬레이션을 구현해 대응 전략을 습득한다.

흥미로운 건 이때 교육생이 하는 실수는 관대하게 보아 넘긴다는 점이다. 대체로 훈련을 실전과 다를 바 없이 여겨 크게 질책하는 다른 기관의 방식과는 사뭇 다른데 각자가 가진 발전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차원이다. 미리 시행착오를 겪어보면 두 번 잘못하지 않는 데다 이로써 창의적 해결책을 고안해낼 수 있다. 물론 수업 후엔 자유로운 피드백을 통해 배운 바를 복습하고 소감과 의견을 공유한다.

휴대용 잔존 유해 물질 제거용 샤워 텐트 내부 / ⓒWikimedia Commons

일련의 과정을 마무리하고 사용한 방화복은 전문 외주업체에서 일괄적으로 수거해 세탁한다. 화재 현장에서 접촉하는 유해 물질이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전 시설을 훈련구역(Training Zone), 중간구역(Neutral Zone), 위생구역(Clean Zone)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매번 깨끗한 물품을 지급한다. 마찬가지로 실제 화재 현장에선 잔존 유해 물질 제거용 샤워 텐트를 설치해 일을 마친 후 반드시 거치도록 한다.

대중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테트리스 챌린지로 한발 다가서다

재미있는 배치로 웃음을 자아내는 네덜란드 소방대의 테트리스 챌린지 / ⓒNetherlands fire departement Tetris Challenge

확고한 신념으로 도전하며 충분한 복지 아래 최선을 다하는 네덜란드 소방대의 일상은 최근 엉뚱하고도 재미있는 놀이로 발전했다. 바로 SNS에서 만나볼 수 있는 테트리스 챌린지(Tetris Challenge)다.

서로 다른 빛깔과 크기의 블록을 하나하나 쌓는 게임인 테트리스에서 착안한 이 챌린지는 가지고 있는 모든 의상과 장비를 바닥에 가지런히 늘어놓고 사진을 찍으며 심지어 사람까지 조화롭게 섞어 웃음을 자아낸다.

네덜란드에서 첫발을 떼 어느새 전 세계가 합세하고 있는 테트리스는 비단 소방대에 국한하지 않고 군대, 병원, 경찰 등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재미있는 설계와 배치에 시선을 고정하다 보면 자연스레 국가를 위해 일하는 소방관에 대한 뭉클한 감동과 안전의식을 느낄 수 있다. 과연 매사 심각하기보다는 즐겁게 살아가길 추천하는 행복 중심 국가, 네덜란드답다.

글. 오민영(소방안전플러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