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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불빛 아래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다

내 마음속 작은 유럽, 파주 프로방스 마을

짙푸른 밤하늘 아래 찬란한 불빛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이 터진다. 세 가지 빛깔로 반짝이는 미니 에펠탑을 지나 입구로 들어서니 마치 유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이제 함께한 이의 손을 꼭 잡고 파주 프로방스 마을의 로맨틱한 풍경 속으로 걸음을 옮길 차례다.

알고 보면 북한이 지척? 서울에선 1시간이면 닿는 아름다운 도시

알고 보면 북한이 지척이라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다. 그런데 서울 역시 머지않은 거리에 있단다. 신촌에서 버스를 타면 1시간, 철도로는 경의선 · 경춘선을 이용하면 충분히 닿는다. 맑은 바람과 아름다운 산세가 어우러진 도시, 파주의 매력이다.

비록 경기 북부에 위치해 있어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으나 겨울을 추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남유럽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프로방스 마을의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은 연말연시의 감동과 어우러져 빛을 발한다. 따라서 방문하고자 한다면 어둠이 내린 뒤에 들를 일이다. 그러나 일찍 찾아왔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인근 헤이리 문화 마을의 다채로운 공방은 언제든 열려 있다. 게다가 언제 다 읽나 싶을 정도로 빼곡히 꽂힌 책을 마주할 수 있는 도서출판단지가 가까이에 자리한다. 방대한 책의 숲을 거닐며 따스한 차 한 잔에 감동을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밤이다.

가족과 연인이 어우러져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공간

고운 노을이 산등성이 너머로 차차 자취를 감추고 저녁이 찾아오면 프로방스 마을은 오히려 생기가 감돈다. 입구에서 마주하는 삼색 에펠탑과 분수 정원은 가족과 즐거운 나들이를 사진에 담는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비록 진짜 프랑스는 아니지만, 어떠랴. 마음만은 이미 파리에 도착한 듯 즐겁다.

인기리에 방영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인 이곳은 특히 데이트 코스로 으뜸이다. 아니나 다를까 골목마다 가득한 하트와 천사 날개 모양 조명 앞에서 온갖 포즈를 취하는 연인들의 웃음이 해맑다. 그러나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 장소는 따로 있으니 바로 고백 터널이다.

예쁜 야자수 모양의 조명 아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자물쇠를 걸고 소음마저 잦아드는 고요한 숲을 걷다 보면 5개의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 길이 나온다. 여기서 첫 번째는 ‘따뜻한 눈 맞춤’이다. 이때 재미있는 점은 대체로 지그시 응시하는 커플과 달리 오히려 부부는 쑥스럽다며 고작 몇 초를 못 견디고 멋쩍게 하하 건너간다는 거다.

이어 ‘부드러운 손잡기’와 ‘포근하게 안아주기’를 지나 ‘달콤하게 뽀뽀’에 이르면 미성년자는 관람불가(?)다. 알아서 포동포동한 두 손으로 눈을 착 가리는 꼬마의 재롱에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진다. 이럴진대 ‘정열적으로 딥 키스’는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바삭한 마늘빵과 담백한 소고기 야채말이의 맛…다가올 2020년이 희망차길 기대하며

마을 곳곳을 다니며 사진에 추억을 담는 여행도 결국 식후경이다. 저녁 즈음이라 출출해진 속을 가볍게 달래고자 한다면 고소한 버터 내음 가득한 마늘빵은 어떨까. 흔하디흔한 프랜차이즈의 빵 맛이라고 넘겨짚으면 곤란하다. 제과 명장의 손길이 담긴 마늘빵은 큼지막한 바게트 위에 달콤 알싸한 마늘 시즈닝이 듬뿍 올라가 있어 요새 말로 ‘겉. 바. 속. 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재질’ 그 자체다.

보다 독특한 음식을 기대하는 이에겐 소고기 야채말이 이상의 아이템이 없다. 얇은 한우 속에 부추와 깻잎을 가득 채워 넣어 치즈와 구워 먹는 요리로, 최근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한창 입소문에 오른 바 있다. 계란 물을 입혀 팬 위에 얇게 부쳐내는 육전 또한 눈길을 끈다.

든든한 식사 후 따끈한 커피를 두 손으로 감싸고 발맞춰 걷는 산책에 한껏 행복해진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2019년의 막바지를 소중히 간직하고, 곧 찾아올 2020년의 소망을 속삭여 본다. 크리스마스트리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별 아래에서 겨울날의 추억이 함께 반짝인다.

글. 오민영(소방안전플러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