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와 다를 바 없는 긴박한 상황이 눈앞에 생생히 펼쳐지자 강습 · 실무교육을 통해 다져온 지식을 토대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선다. 지난 11월 22일, 한국소방안전원 대전충남지부 2급 소방안전관리자 강습교육 기간 중 시행 한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소방안전 콘텐츠 체험 실습이 선사하는 새로운 세계다. 최첨단 교육 기자재를 활용해 공동주택과 다중이용시설에서의 화재 대응을 몸소 익히는 수강생들의 눈빛이 여느 때보다 반짝인다.

공동주택 · 다중이용시설 화재 대응 역량 키우는 간접 체험의 효과

옛말에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했다. 거듭 듣느니 한 번 보는 게 더 낫다는 의미다. 소방안전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이론을 배우고 암기하는 데서 그치기보다 직접 경험해봐야 더욱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다.

다만 현실적으로 실전 대응 역량 향상을 위해 위태로운 사고를 겪을 수 없으니 모의체험에서 유사한 효과를 기대하고자 한다. 따라서 올해 한국소방안전원은 교육생 대상 VR 소방안전 콘텐츠 체험실습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체험 실습은 총 두 가지로 구성한다. 이 가운데 화재발생 빈도가 높은 주택화재에 해당하는 공동주택 화재 대응 체험은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골든타임인 5분 안에 가족을 대피시키고 119 신고와 집안에 비치한 소화기를 활용해 초기 소화를 시행하며 현관문, 경량칸막이 · 피난계단, 피난기구(완강기) 등 주어진 상황에 맞게 피난하는 법을 체험하다 보면 화재 위험이 우리 일상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직접 체감할 수 있다.

<공동주택 화재 대응 체험 과정>

경량 칸막이를 이용해 대피하는 공동주택 화재 대응 체험 VR

다중이용시설 화재 대응 체험은 소방안전관리자의 의무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소중한 기회다. 불이 났을 때 119 신고와 더불어 사고 상황을 널리 전파하고 소화기와 옥내소화전으로 초기 소화에 나서는 등의 과정을 차근히 밟아 나간다. 또, 재실자를 모두 대피시킨 후 마지막으로 피난한 뒤 소방관에 인수인계하며 공동주택 화재와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한다.

더불어 체험 후엔 공통으로 OX 퀴즈를 적용해 앞서 배운 상황을 상기하고 올바른 정보를 내재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중이용시설 화재 대응 체험 과정>

다중이용시설 화재 대응 체험 VR

다양한 피난 방법을 통한 대피 시범…한 마음으로 응원하며 성장하는 안전 의식

전체 교육인원 중 체험을 희망한 5명은 현관문 · 경량 칸막이 · 피난기구(완강기)와 같이 피난방법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시범하며 큰 박수를 받았고, 짜임새 있는 체험 콘텐츠 구성은 소방안전관리자 교육생의 기대에 부응했다.

VR기기를 착용하면 벽과 바닥을 혼동할 수 있는 탓에 이창희 교수를 비롯한 교육 요원들이 지켜보며 위험을 방지한 건 물론이다. 또, 체험자 역시 프로그램의 안내에 따라 몸을 움직이며 상황마다 적절히 대응해 모니터링하고 있는 이들이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다양한 버전의 체험 실습 내용 중 특히 큰 관심을 모은 건 바로 완강기 사용이다. 현관문, 경량 칸막이 등을 이용한 피난은 제법 익숙하지만, 평상시 자주 접하지 못한 완강기는 어떻게 이용하는지 모르는 까닭이다.

따라서 교육생들은 마치 직접 체험하듯 유심히 살펴보며 완강기 후크를 지지대에 걸고 벨트를 가슴에 안전하게 착용한 후 건물 외벽 따라 내려오는 방법을 숙지했다. 더불어 다중이용시설 화재 대응 과정에선 신속한 피난과 초기 소화, 소방관 인수인계 등의 핵심 포인트를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불난 곳을 재빨리 찾아 끄는 화재 찾기 게임은 자못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소방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체험자를 응원하고 한마음으로 화재 구역을 찾아보는 동안 안전 의식은 한 뼘 더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