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바깥나들이가 무섭다. 아스팔트는 이글이글 녹아 내리고, 걷다 보면 어느 새 등줄기에 땀이 흥건하다. 쨍쨍 내리쬐는 햇살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요즘, 기분을 바꿔줄 무언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바로 이럴 때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면요리를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성질이 찬 면요리는 더위를 식히는데 제격이다. 식욕은 없고 날씨는 무더운 이때, 입맛 당기는 시원한 면요리로 여름을 물리쳐보자.
베트남을 대표하는 쌀국수 분짜는 여름에 제격인 면요리이다. 국수와 갖은 야채, 그리고 구운 돼지고기를 달콤새콤한 국물에 담가 먹는 음식으로, 오바마 대통령도 그 맛을 극찬한 바 있다. 덥고 지친 날 시원하게 분짜 한 그릇을 해치우면, 어느 사이엔가 먼 남쪽나라에 온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분짜의 주 재료인 쌀면은 밀면보다 소화가 잘 되어 몸이 찬 가운데에도 속은 따듯하게 유지시켜준다. 거기다 고명으로 들어간 돼지고기는 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스테미너까지 선사해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칼칼하고 담백한 냉면의 맛에 너무 익숙해졌다면 이번엔 고소하고 아기자기한 중식냉면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굵고 통통한 면발에 시원한 닭육수로 맛을 낸 중식냉면은 그 위에 얹은 푸짐한 고명으로 더 먹음직스러운 여름음식이다. 이 중식냉면은 대한민국에 자리잡은 중화요리사들에게서 탄생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중식냉면 한 그릇에는 이국적인 풍취와 함께 어딘가 정겨운 맛이 있다.
차가운 음식은 위장을 헤치기 쉽지만 중식냉면은 안심해도 좋다. 중식냉면의 육수에는 마늘, 양파, 대파, 생강 등 위장을 따듯하게 보호해주는 재료가 듬뿍 들어가 있다. 잦은 찬 음식으로 배탈이 날까 걱정부터 든다면, 이번 메뉴는 중식냉면이다.
식초의 새콤함과 겨자의 향긋함이 어우러진 초계국수는 여름철 면요리계의 떠오르는 강자다. 한때 궁중요리의 일부로써 왕족들의 여름입맛을 책임지는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꽤 대중화되어 누구나 맛볼 수 있게 되었다. 후루룩 후루룩, 새콤한 국물과 함께 탱탱한 메밀면을 맛보다 보면 어느 새 여름을 잊고 초계국수에 흠뻑 빠진 자기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 한 낮, 기운이 허해진 몸에는 시원한 초계국수로 대처하자.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원기회복이 필수다. 원기회복에 좋은 겨자와 닭고기가 들어간 초계국수는 더위를 가시게 해주며, 잃었던 기운을 북돋아 준다.
콩국수가 만들어내는 세상은 시원하고도 정겹다. 어렸을 적 추억처럼, 차갑고 부드러우면서도 구수한 콩국수의 맛에는 여름 한 철의 행복이 전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름방학 때 떠났던 바다가 이러했을까.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을 피해 한 그릇의 콩국수에 몸을 맡기면, 보드라운 국물과 함께 밀려드는 면발의 고소함에 절로 더위가 날아가버릴 것이다.
콩국수는 더위에 약해진 소화기관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콩국물은 신장을 보호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므로 여름보약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