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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전통시장의 안전한 전통


한국소방안전협회장
김명현

한국 고유의 멋과 맛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통시장이다. 대형마트가 아무리 쾌적한 쇼핑환경을 제공한다고 해도 전통시장에 가면 한국 특유의 정을 느낄 수 있어 필자도 종종 집 주변의 전통시장을 찾아가곤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너무나 많은 전통문화를 계승한 탓일까. 마땅히 뿌리를 뽑아야 할 나쁜 문화까지 이어져 온 것 같으니 말이다. 안전을 저만치 뒷전으로 밀어낸 안전 경시 문화다.

지난 18일 새벽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좌판 220여곳을 태웠다. 모두 6억 5000여만원이나 되는 재산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화재 원인은 전기 누전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의 특성상 화재가 이와 같은 참사를 불러왔다. 작은 점포들이 오밀조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불길이 빠르게 번졌다.

이미 지적된 것을 지키지 않아 피해로 이어졌다는 데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번 화재의 주요 요인들이 3년 전인 2014년 중소기업청에서 실시한 화재 안전 점검에서 전부 개선 권고됐다는 것이다. 당시 점검을 의뢰받은 우리 소방안전협회는 어시장에 설치된 대부분의 전선들이 노후하고 직사광선에 노출된 채 난잡하게 얽혀 있어 합선과 누전이 예상되므로 전기시설을 보완할 것을 지적했다. 또한 비닐천막 구조의 점포 천장에는 스티로폼 등 활어회 포장재가 방치되어 있어 불이 나면 피해가 커진다는 것과 좌판 등 장애물들이 상수도 소화용수설비를 가로막고 있고 소방차 진입로가 확보되지 않아 화재 발생 시 진화 활동에 지장을 줄 것도 지적했다. 그러나 3년뒤 불행하게도 그 우려는 현실로 바뀌었고, 권고사항을 이행하기만 했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는 때늦은 후회만 남게 되었다.

최근 전남 여수 수산시장이나 대구 서문시장 화재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전통시장 화재사고는 거의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가 화마를 맞이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조적으로 화재에 취약한 것도 문제이지만, 전기나 가스 및 화기 사용이 잦아 사용자의 안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구성원 대부분은 `안전´보다는 `생업´을 더 우선시하는 현실이 더 큰 문제라는 소리를 듣는다.

정부는 잇따른 전통시장 화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재 발생 시 소방관서로 즉시 통보되는 자동화재속보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화재 확산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비닐형 가판대 보호천막을 방화성소재로 교체하는 방안들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인 노력들이 실효성을 거두고 높은 화재 저감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성숙한 안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법이 강화되고 설비가 잘 구비되어 있어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의식과 실천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전의식 개선을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다름아니라 교육과 훈련이다. 모든 상인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화재예방 교육을 실시하여 안전에 대한 인식이 `비용´이 아닌 행복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의 전환을 보여야 한다. 아울러 화재를 미리 예방하는 안전수칙을 실생활 속에 습관화하고 화재발생 땐 신속하게 불을 끄고 대피할 수 있는 요령을 체득할 수 있도록 반복된 훈련도 반드시 필요하다.

예로부터 예의를 잘 지키는 나라라는 뜻에서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리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 이제 안전 수칙을 잘 지키는 `동방안전지국´으로 거듭나 성숙한 안전문화라는 멋진 전통을 계승하는 나라를 기대해 본다.

(서울신문, 3월24일자)[원문보기]
 

죽음을 부르는 착시현상


지난 2월 4일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내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메타폴리스 부속상가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지는 등 모두 5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점포 철거작업 중 발생한 화재로 사전에 기본적인 안전수칙과 사후에 올바른 초동대응이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다.

이처럼 많은 사상자와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대형화재는 매년 끊임없이 발생해 대중들의 큰 관심을 모으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뉴스에 나오는 대형화재는 대부분 초고층 건축물이나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업소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무의식 중 특별한 장소에서만 화재가 발생한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화재 사망자 306명 중 63%(193명)가 주거시설에서 발생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2016년 전국 화재발생현황´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주거시설에서 1만1541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그 중에서 단독주택 화재가 절반을 넘는다. 또한 화재로 인한 사망자 306명중 63%(193명)가 주거시설에서 발생하였는데 그 중 단독주택이 68.4%(132명)를 차지했다. 이와 같이 일반 단독주택이 뉴스에 잘 안 나온다고 화재의 위험에서 안전하다는 뜻은 절대로 아닌 것이다. 오히려 안전 사각지대다.

주택화재의 원인을 살펴보면 부주의(58.3%)와 전기적요인(20%)이 가장 높다. 안전의식이 결여되고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화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동탄 메타폴리스 화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매년 반복되는 화재를 보면서도 부주의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공동으로 쓴 `미움받을 용기´란 책을 보면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 이유를 `오래 탄 차´에 비유했다. 다소 덜거덕거려도 차의 상태를 고려해가며 운전하면 되기 때문에 불만이 있더라도 `이대로의 나´로 사는 것이 편하여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전 불감증도 마찬가지다. 굳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도 잘 살아왔기에 지금의 생활방식에 익숙해져 위험하더라도 변하지 않고 사는 것이 더욱 편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속에서 무기력하게 죽어가는 개구리 모습과 같다. 아직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뿐인데 마치 매우 안전한 상태인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만약 그 안일함과 익숙함을 벗지 않으면 언젠가는 닥칠 `예고된 재난´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냄비 속 개구리가 온전히 사는 길은 두 가지뿐이다. 다가올 재앙이 얼마나 위험한지 자각시켜 사전에 스스로 빠져나오게 하는 방법과 유사시 도움을 받아 대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대한민국 안전의 현주소가 냄비 속 개구리와 같다면 예고된 재난을 막을 길은 안전 교육과 대국민 홍보를 통해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안전의식을 제고시켜 스스로 부주의를 경계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제도적인 정책 마련을 통해 위험요소를 물리적으로 줄여나가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가정마다 소화기와 감지기를 하루 속히 구비해야

특히 정부에서는 매년 증가하는 주택화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하여 모든 주택에 소화기와 단독경보감기지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제화했다.

화재 초기에 소방차 한대의 역할을 하는 소화기는 세대별·층별 1개 이상 설치를 해야 하고, 화재를 감지해 경보음을 울려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독경보형감지기는 침실 거실 주방 등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주택 화재시 대부분의 인명피해가 취침 중에 발생하기 때문에 각 가정마다 소화기와 감지기를 하루 속히 구비하여 화재로부터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내일신문, 3월14일자)[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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