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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이야기

우리 문화재,
교육과 점검으로 안전 지킨다

문화재, 있을 때 잘하자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흔히 하는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문화재에 대해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무리 소중한 문화재라도 사라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특히 복구가 어려운 화재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불타버려서 잿더미만 남은 문화재는 우리 가슴 또한 회색빛으로 물들이고 만다. 화재뿐이겠는가. 지진 또한 문제다. 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첨성대, 다보탑 등 100여개의 문화재에 상처를 입혔다.

문화재 관리의 중추, 문화재 안전관리사업

이러한 재해로부터 소중한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한국소방안전협회는 문화재안전교육과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햇수로는 벌써 6년째. 교육수료인원만 해도 3,300명이 넘는다. 전국 각지의 유명 사찰 등 국보․보물 문화재를 관리하는 관련공무원, 문화재안전경비원이 바로 교육 대상이다. 올해는 보물 1호인 흥인지문,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 등 국가 중요 문화재 점검도 진행했다.



사업의 결과는 화재예방으로 직결됐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발생한 문화재 화재는 총 14건. 이에 반해 최근 6년간은 6건으로 절반 이상이 줄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사업이 실효를 거두고 있단 것이다.

문화재청과 한국소방안전협회는 올해도 손을 맞잡았다. 하반기 교육이 시작된 지난 9월엔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 문화재 안전관리교육이 실시됐다. 천년의 산사에서, 말 그대로 문화재의 방패가 되려는 그들의 이야기를 이제부터 함께 들어보자.

문화재는 안전 점검이 필수입니다. 특히 국보나 보물 등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재는 안전경비원 배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국가문화재인 이곳 마곡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점검을 실시한 결과, 안전경비원들의 훌륭한 근무의식에도 불구하고 소방시설의 이해에 대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종종 드러났었습니다. 결국 재교육이 필요하다 판단되었고 이렇게 안전관리교육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상반기는 일반적인 문화재의 개요, 소방시설 실습 및 이해에 대한 교육으로 한국소방안전협회 각 지부에서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하반기는 문화재 점검 및 안전관리에 대한 교육입니다. 저희가 직접 작성한 체크리스트를 토대로 소방시설 점검을 위한 현장진행을 기획하였습니다. 그 결과 입지와 시간을 고려하여 교육여건이 가장 훌륭한 곳 중 하나인 마곡사를 교육장소로 선정하였습니다.

- 이윤정, 문화재청 안전기준과 담당주무관

마곡사에 남겨진 화재의 기록

교육이 실시된 건물 바로 옆에는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보물 제801호)과 대광보전(보물 제802호)이 있다. 밤에는 야생 반딧불이가 보일 정도로 자연이 훼손되지 않은 곳이지만, 두 보물에는 사실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원래의 대웅보전은 임진왜란(1592) 때 전란에 휩싸여 불타 소실되었고, 현재의 건물은 1651(효종 2년)년에 각순대사와 공주목사 이주연이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대웅보전 바로 앞에 자리한 대광보전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17세기 중반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광보전은 1782년 대화재로 소실된 후 제봉당 체규를 중심으로 재건이 시작되어 1785년 완공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대광보전 앞에는 마곡사 오층석탑(보물 제799호)이 조성되어 있다. 원나라 말기 라마 불교의 영향을 받은 세계에 세 개밖에 존재하지 않은 독특한 양식의 석탑이다. 현재 국보로 승격하여 지정하도록 추진되고 있으며 유네스코에 등재 심사 중이라고 한다.

오층석탑을 보면 이곳저곳 파손된 흔적이 눈에 띈다. 당연히 전란에 의한 흔적이라 생각했는데, 마곡사의 관리자는 사실 대화재로 인해 생긴 균열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파손된 대광보전의 자재가 날아와 석탑까지 손상을 준 것이라고 한다. 얼마나 큰 화재였을지 감히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화재 안전을 위한 움직임

우리 문화재의 대부분은 목조로 되어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 게다가 사찰은 산속에 있어 도심 속에 있는 문화재에 비해 소방인력이 도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니 정말 초기진화가 무엇보다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문화재 내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거나 지붕이나 처마 끝․아래에 드렌쳐설비(수막설비)를 설치하여 화재가 더 크게 번지지 않도록 막아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문화재 본연의 모습을 중시하는 관점에 따라 문화재에 변형을 주는 소방설비보다 인력 편제를 통한 해결을 선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안전관리교육은 문화재 안전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축을 맡고 있다.

이번 안전관리교육은 마곡사를 포함하여 주변 사찰에 근무하고 있는 20여 명의 문화재안전경비원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됐다. 진지한 태도로 문화재 안전관리에 대해 교육을 받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법당에서 참배를 드리는 모습처럼 보였다.

교육은 주로 실습 위주로 진행되었는데, 문화재안전경비원들은 직접 소화기나 방수총 등 소화설비를 만져보며 올바른 작동방법을 익히고 있었다. 만약 문화재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그들이야말로 가장 먼저 화재 진압을 진행해야 할 최전방 인력이므로 매우 실질적이며 의미 있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저희 안전요원들은 국보 및 보물급 문화재가 있는 곳에서만 근무하게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다 함께 모여 실습 교육을 받더라도, 체계가 일괄되어 있어 각자의 근무지에서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른 얘기로 이번에 이곳을 처음 오신 안전경비원분들은 마곡사의 넓고 쾌적한 환경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시더라고요.

4년 전에 새로 오신 마곡사 주지 스님께서 소방안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십니다. 원래 감시초소는 사찰 구석 작은 방에 놓여있었고, 그저 모니터 하나로 근무를 서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것을 2년 전 주지 스님께서 심검당 한쪽으로 옮겨 현재의 문화재 감시초소를 세우셨죠. 그뿐만 아니라 소화기 보관함도 직접 제작을 지시하셔서 지금의 세련된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유네스코 등재 심사자들도 정말 잘 되어있다며 감탄을 하시더군요.

- 김기환, 마곡사 문화재안전관리 담당자

문화재와 안전이 조화로운 마곡사

안전관리교육 전날 마곡사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심사가 있었다고 한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마곡사에는 유네스코에서도 눈여겨볼 만큼 역사적 가치가 인정된 보물이 많이 있다.



영산전(보물 제800호)의 편액은 세조의 친필로 작성되어 있다. 수많은 불상 사이에 화재감지기가 눈에 띄었다. 다시 한 번 영산전 주변과 내부를 들여다보자 감시초소와 연결된 CCTV 뿐만 아니라 불꽃감지기도 있었다. 초동조치를 위한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백범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며 독립운동의 지도자인 백범 김구(1879~1949) 선생이 1896년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황해도 안악군 치하포나루에서 일본군 장교를 죽이고 인천교도소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탈옥하여 마곡사에 은거할 때 머물며 수도하던 곳이다. 김구 선생은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출가하였다. 나중에 돌아온 김구 선생이 이곳에 향나무를 한그루 심었는데, 나무는 아직도 푸르게 자라있다. 백범당과 그 향나무 사이에도 어김없이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다.

만년고찰을 위한 안전의 노력

천년은 굳이 말할 것도 없이 긴 시간이다. 그 기나긴 세월을 정면으로 맞으며 견뎌온 마곡사를 보다 보니 문득 이대로 불멸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시간은 망각을 불러일으키고 소중한 것을 세월 속에 파묻어 버린다. 어느 사찰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마곡사도 화재로부터 완전히 안심해선 안된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잊지 않고, 이번에 실시한 문화재 점검 및 안전관리교육처럼 끊임없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하다면 마곡사는 천년을 넘어 만년의 고찰로 후손들에게 남겨질 것이다. 우리 소중한 문화재가 천년, 만년 지속될 때까지 한국소방안전협회와 문화재청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 문화재청, 마곡사 관계자 및 안전경비원 교육생 여러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글. 소방안전플러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