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대형화재에서 소방안전관리의 실패로 인한 인명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소방청 및 한국소방안전원에서 2022년 5월 11일에 자위소방대 표준운영 매뉴얼(Type Ⅰ 특급/1급, Type Ⅱ 1급/2급, Type Ⅲ 2급/3급)을 배포하여 현장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림 1.1]은 자위소방대 표준운영 매뉴얼에 나와 있는 자위소방조직 업무활동 흐름표를 나타낸 것으로 자위소방대의 업무는 119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비상연락, 지휘통제, 초기소화, 응급구조, 방호안전, 피난유도를 통해 연소확대를 방지하고,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화재 시 골드타임을 결정하는 매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즉,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 신속하게 화재상황을 재실자에게 전파하고, 119 신고 후 자체진압의 가능성을 판단하여 초기소화 및 피난유도를 진행한다. 또한, 화재 시 피난과정 등에서 발생된 부상자에 대한 응급구조와 더불어 내부 고립자의 피난 도모, 소방시설에 대한 작동여부 등을 판단하여 미작동 시설에 대한 조치를 통해 화재확산을 방지하는 방호안전 그리고 실시간 화재현장 상황에 대한 119 상황전파 등 화재 발생 골든타임인 7~8분 이내에 일련의 모든 과정을 수행하는 소방안전관리자겸 소방관이다. 소방안전관리자가 화재와 같은 위험 상황에서 패닉에 빠지지 않고 체계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교육과 훈련 그리고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20조(특정소방대상물의 소방안전관리)에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과 소방안전관리대상물의 소방안전관리자의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의 업무는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유지·관리, 소방시설이나 그 밖의 소방관련 시설의 유지·관리, 화기(火氣) 취급의 감독, 그 밖에 소방안전관리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소방안전관리대상물의 소방안전관리자의 업무는 특정소방대상물의 관계인의 업무를 포함하여 소방계획서의 작성 및 시행, 자위소방대 및 초기대응체계의 구성·운영·교육, 소방훈련 및 교육을 수행하여야 한다. [표 1.1]은 소방안전관리제도의 주요 변천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소방안전관리의 중요성이 강화되면서, 지속적인 법 제·개정을 통해 현재의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① 화재개요
2014년 05월 26일 오전 09시 05분경에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고양종합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소방서에서 4분 만에 도착해서 09시 29분경에 화재진압을 완료하였지만, 8명이 사망하고, 110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짧은 시간에 피해가 크게 나타났다.
② 화재원인 및 문제점
지하 1층 CJ푸드빌 푸드코드 공사 현장에서 가스배관 용접작업 도중 누출된 가스에 용접 불티가 튀어 발화한 뒤 배관 위쪽 천장 폴리우레탄폼으로 옮겨붙어 화재가 확산되었다. 소방서의 빠른 대체에도 불구하고 건물 내 화재 초동진화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공사로 인해 지하 1층 스프링클러설비 (물 공급 밸브 5개 잠금) 및 전원을 차단하였고, 화재연동장치의 수동전환으로 인한 화재경보 및 대피방송이 뒤늦게 이루어져 화재피해를 더욱 확산시켰다. 특히, 방화셔터 작동실패로 인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층으로 확산되었고, 연기와 불길이 위층으로 급격히 번져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이로 인해 사망자 중 6명이 화재가 발생한 지하 1층이 아닌 지상 2층 폐쇄된 공간에 있다가 참변을 당했다.
① 화재개요
2017년 12월 21일 오후 15시 53분경에 충북 제천시 ‘노블 휘트니스 & 스파’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14시경에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22시 19분에 화재진화를 완료하였지만, 2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화재피해가 크게 나타났다.
② 화재원인 및 문제점
사건 발생 20여분 전인 15시 27분 1층 주차장 필로티 천장에서 최초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 관계자가 자체 초기진압을 시도하였으나, 겉으로 드러난 불만 진화하여 천장 내부 가연성 단열재에서 화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화재가 확대되었다. 천장 배관 열선 설치 작업 도중 불티가 스티로폼에 옮겨붙고, 불붙은 스티로폼이 아래 주차장에 있던 차량으로 떨어지면서 화재가 확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양방향 피난이 가능한 주출입구 외 비상구가 있었으나, 쉽게 확인이 불가능한 구조로 화재 시 비상구를 안내할 수 있는 직원이 있었어야 하나, 당시 2층 여자 목욕탕의 직원이 해고된 상태이고, 비상구 통로에 목욕용품 등이 적재되어 정상적인 피난이 불가하였다. 이에 반면 3층 남자 목욕탕은 이발사가 비상구로 피난유도를 진행하여 인명피해가 없었다. 목욕탕 내부에 경보기가 설치되지 않아, 화재 시 긴급성을 감안한다면 관계인이 여탕 내부로 진입하여 화재사실을 알려야 되나, 알리지 않은 문제점도 도출되었다. 또한, 건물 중앙 주계단 1층 계단실 입구에 방화문이 설치되지 않아 화염 및 연기 확산의 통로 역할을 하였고, 수직관통부의 방화구획 상태가 미흡하여 연기 확산을 방지하지 못하였다. 추가적으로 소방점검 시 지적받은 1층 스프링클러설비가 고장으로 폐쇄해 놓은 상태여서, 1층 화재는 초기진압조차 불가능했다.
① 화재개요
2021년 06월 17일 오전 05시 30분경에 경기도 이천시 덕평 쿠팡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05시 41분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건물 붕괴 및 안전사고 등으로 인해 06월 21일 14시 22분 화재를 진압 완료하였다.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경상을 입었는데 피해자는 모두 소방관들이었다.
② 화재원인 및 문제점
물류센터 지하 2층 물품창고 진열대에 있던 선반용 멀티콘센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물류센터 특성상 먼지가 심각하게 쌓여 누전이나 트래킹에 의한 화재발생 위험성이 크고, 화재가 확산되기 쉬운 개방형 구조이며 박스, 비닐 등 가연성 소재가 내부에 가득 쌓여 있었다. 이천 센터 내 화재경보기의 오작동이 잦아 쿠팡 측에서 스프링클러를 고의로 차단하였고, 화재 당시에도 고의로 화재경보를 6차례 종료하였다. 또한, 화재 최초 발견자가 관리자에게 화재신고를 요청하였으나 이를 무시하였으며, 물류센터 건물에는 내부 방화구획이 되지 않아 화재가 급격히 확산되었다.
① 화재개요
2015년 12월 11일 오후 20시 18분경에 경기도 성남시 서영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20시 23분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21시 31분 화재를 진압 완료하였다. 이 사고로 부상자가 254명이 발생하였으나 사망자는 없었다. 부상자 254명은 대피과정에서 부상당한 1명과 흡입한 연기에 의한 부상자 253명이다.
② 화재원인 및 시사점
최초발화 지점은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떨어진 전선에서 전기스파크로 인한 발화로 추정된다. 이 사고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첫째,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설비가 정상작동하였고, 이와 더불어 이중 방화문이 정상작동하여 유독가스가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시켰다. 둘째, 소방차 진입로 확보로 소방대 도착 지연 없이 신속하게 진화할 수 있었다. 셋째, 화재 대피요령을 숙지한 학원 강사의 대피 안내가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강의 중이던 강사들은 화재 소식을 듣고 학원 전체에 화재 상황을 알렸다. 흥분한 상태에서 갑자기 출구로 몰리면 다칠 수 있기에 학생들을 진정시키고 복도에 줄을 세워 앉힌 다음에 화장실에서 휴지에 물을 적셔와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코와 입을 젖은 휴지로 막고 학생들과 강사들은 1층 비상구에 불길이 번져 나갈 수 없는 상황이기에 옥상 및 지하로 탈출로를 찾았다. 지하 1층 주차장 쪽 비상구는 불길이 번지지 않았고 옥상의 경우 옥상문이 잠겨 있어 지하 1층으로 대피를 하였으며 저녁 시간대에 미리 밖에 있던 강사들은 지하 1층 비상구에서 플래시로 불을 밝히고 계단에서 퇴로를 찾던 다른 강사와 학생들에게 위치를 알렸다. 또한, 강사들은 추가적으로 남은 학생들을 찾기 위하여 학원에 5명가량 남아있다가 소방관들이 도착하여 인명검색 확인 후 2층 창문을 통한 소방 사다리차를 타고 탈출하였다. 소방법에 따른 방화문 설치 등의 안전수칙 준수와 화재 대피요령의 숙지로 화재 규모보다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던 화재사례이다.
① 화재개요
2018년 02월 03일 오전 07시 56분경에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08시 04분에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09시 59분에 화재진압을 완료하였다. 이 사고로 부상자 8명이 발생하였지만, 연기흡입 외에는 인명피해가 없었다.
② 화재원인 및 시사점
최초 화재는 푸드코트 피자코너 화덕 덕트에 늘어 붙은 기름 찌꺼기에서 발화하였고, 덕트를 통하여 화염이 확산되어 복도 쪽 환기구에서 2차 발화가 발생하였다. 화재 발생과 동시에 평소 훈련한 화재대응 매뉴얼에 따라 3분 만에 신고하고 환자들을 즉각 대피시켰으며 병동별 자위소방대를 편성하여 화재 시 초동 대처를 수행하였다. 화재감지와 동시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였고 1분 뒤에 방화셔터가 동작하였으며, 구내방송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파하여 모든 소방설비 및 안내방송이 적절히 이루어져 피해를 최소화하였다. 소방서에서도 신고접수 3분 만에 출동하고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하여 진화작업과 구조작업을 진행하는 등 임무 수행에 집중할 수 있었다. 초동조치와 소방설비의 작동으로 300여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매년 서대문구청 지휘로 화재대응 훈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였고, 안전설비의 완비와 신속한 초기대응 등의 기본 안전수칙만 충실하게 지키면 얼마든지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화재사례이다.
① 화재개요
2020년 10월 08일 오후 23시 07분경에 울산광역시 남구 삼환아르누보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23시 19분에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다음날 14시 50분에 화재진압을 완료하였다. 이 사고로 부상자 93명이 발생하였지만, 연기흡입 및 찰과상 외에는 인명피해가 없었다.
② 화재원인 및 시사점
12층 에어컨 실외기에서 연기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최초로 신고하였고, 아파트 3층 테라스에서 화재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장재가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되어 불이 쉽게 확산되었고, 건물 외벽 알루미늄 복합패널 사이에 숨은 불씨가 반복해서 살아났다. 또한, 사고 당일 강풍주의보의 강한 바람이 불어 외벽 단열재를 통해 화재가 급속하게 확산되었다. 화재 초기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여 옥상 물탱크의 물을 다 쓰고 멈추었지만, 정상작동되어 화재가 세대 내부로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영국 그렌펠타워 화재사고와 유사하지만, 사망 인원이 “0명”인 점이 크게 시사하는 바이다. 화재 발생 5분 만에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하여 피난층과 옥상 등으로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알렸고, 모든 소방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며, 화재 발생과 동시에 주민들이 화재 발생 사실을 주변에 전파하였고, 비상계단을 찾아서 옥상유도 및 피난층으로 유도를 하였다. 소방서 1차 출동대의 대피방송과 대피 유도, 인명구조 활동 등 적극적인 대처로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던 화재사례이다.
911테러에서 우리는 안전관리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인식할 수 있다.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한 모건스탠리의 보안책임자인 릭 레스콜라(Rick Rescorla)는 연 4회 이상 실전과 같은 위기사항 훈련을 통해 911테러 당시 재실자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더불어 침착하게 피난을 유도하여 2,687명의 생명을 구한 ‘모건스탠리의 기적’을 만들었다. 초창기 시도과정에서는 재실자들의 불만이 많았지만, 점차 인식이 개선되고 지속적인 훈련 덕분에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에 대부분의 재실자가 밖으로 대피하여 생명을 구하였다. ‘모건스탠리의 기적’은 먼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소방안전관리자는 건축물의 화재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이자, 화재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빛과 소금과 같은 가장 중요한 존재이다. 국내에서 발생된 대형화재사례를 통해 소방안전관리의 체계적인 수행 및 관리에 따라 인명피해가 최소화가 될 수도 있고, 최대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방안전관리자가 소방시설의 철저한 유지관리와 더불어 재실자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실전과 같은 피난훈련 및 반복적인 교육 등이 진행한다면, 위기 상황에서 정확하고 냉철한 판단과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 ‘소방안전관리자의 기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기를 바라는 바이다.
글. 김시국(공학박사,호서대학교 안전소방학부 교수)